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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평점 :
今日こそ自分を甘やかす 원제가 재미있다. 서술어에 달 감(甘)자가 있으니 짐작되는 바가 있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더 재밌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자신을 어리광부리게 둔다.
금요일 저녁이면 나도 쉬고 놀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문제는 재밌는 것이 없다는 것, 마음 편하게 즐길 것이 없다는 것,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 주말은 늘 짧다는 것, 자칫 놀다 지쳐도 회복이 느린 나이라는 것... 결국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쉬고만 싶다.
지친 타인을 상담해주는 상담사는, 적어도 내 경험에는 아주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다. 번 아웃은 특히나 경험을 통해 공감하는 이들이 서로 돕는 경우가 많다. 탈진하고 길을 잃고 의미를 잃고... 그러다 회복하는 과정을 전하는 내용이 많다.
남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도 나이가 들수록 더 안 듣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별 성취욕이 없는 내 기준에서는 100가지 중 한 가지만 도움이 되어도 좋은 거라 여긴다. 조언은 수용자의 선택에 따라서만 효용이 입증되니까.
한 가지 내용이 끝날 때마다 질문지가 있어서 덕분에 쉬어 간다. 모든 답을 찾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주말 저녁에 아주 편한 독서를 하면 한 주를 되돌아보기에 좋다. 아는 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대기 중이나 순서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걸 그냥 먼저 한다.
첫째 자식이고 육아에 애틋했던 부모가 아니었고 내 일은 나 혼자 해결하는 것에 아주 익숙하다. 초등학생 때 수업 시간에 나무상자를 만들어 오는 실기 평가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어른들에게 부탁해서 매끈하게 잘 만들어왔는데, 나는 혼자 하느라 못이 튀어나오고 휘어진 부분도 있었다. 선생님이 크게 웃으시며 “정말 숙제를 혼자서 했구나.” 하며 한참 칭찬을 하셨다. 숙제... 혼자서 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러니 문제가 발생해도 '일단 혼자 해결해 본다'가 디폴트값이 되었다. 아주 별로인 성격이다. 이 책에서도 잔뜩 지적하듯이, 남들에게 부탁할 줄 모르고 꺼리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번 아웃 증상을 다수 보인다.
“자신에게 엄격할수록 남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일을 혼자 떠안으려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 부탁하기” 또한 스스로 엄격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바꿔가는 마음 훈련인 셈입니다.
나는 엄격해서라기보다 게을러서 그런 것도 같다. 부탁하고 일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더 번거롭고 어수선하다. 설명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탁한 일의 책임소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냥 내가 하는게 여러 모로 간편하다 싶은... 악순환.
크고 작은 그런 일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월말이 가까워지면... 숨이 차오른다. 내가 하기로 했으니 이제 와서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럴 땐 꾸역꾸역... 가끔 깊고 긴 호흡을 의식적으로 쉬어 주면서... 복기하다보니 당장 성격 바꿔서 도움을 요청하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어제가 월말이었고 오늘은 금요일이면서 월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오전 내내 뭘 해야 하는 거였더라... 그런 기분으로 어정거렸다. 다행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런 분위기... 참 다행이다. 7월이 주말로 시작해서. 행복하다. 노예다운 애처로운 충족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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