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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첫 번째 만다라 컬러링북 - 낯섦 그리고 愛
김승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불교 사상이나 불교 사원(절)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가진 이들은 서양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건 내가 한국에서 불교 사상을 진지하게 접한 것이 아니라서 무지한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현교顯敎와 밀교密敎 - 불교의 갈래 - 에 대해서도 만다라에 대해서도 영국에서 처음 접했다. 영국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인도를 식민지화하고 역으로 영향을 받은 역사에 기인할 것이다.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밀교密敎’라는 단어가 주는 음습한 타락이나 미신적인 주술과 탄트라 힌두교 계역의 신앙과 불교의 밀교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밀교가 후기 대승불교를 사상적으로 대표한다. 금상승, 반야, 태장경등에 사상적 기반을 둔다.
오히려 중국, 한국, 일본에 전해진 불교 사상이 토착신앙과 결합된 요소들이 종교적인 몰입보다는 현세적인 욕망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주술과 금기과 부적과 주법등은 이 지역에서 더욱 변형 발달되었다.
만다라Mandala란 범어로서 우주의 진리, 본질의 소유, 진수라는 뜻이다. 즉 다양한 만다라 도안과 색채는 그 자체로 수양 방법과 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다양성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아주 오래전 커다란 전지에 친구들과 함께 그려본 만다라는 십 수년 만에 다시 만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4남매를 양육하는 저자의 작품들이라니... 그 시난고난한 시간이 조금은 짐작될 듯해서, 작품들에 담긴 축적된 에너지가 평범해 보이진 않는다. 습작이 아니라 출간할 정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컬러링이라기보다는 펜화가 더 맞는 듯하다. 고야의 긁어 표현한 동판 작품들을 무척 좋아해서 가만히 작품을 보는 것이 즐겁다. 디자인이지만 대량 생산용으로 처리된 말끔하고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이고 낯선 감성이 담겨 있다.
다 짐작할 수는 없지만 쉽지 않은 - 나로서는 불가능한 - 세밀한 작업을 끝까지 완성시키는 힘은 저자가 일상을 꾸리는 방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긴 시간을 채운 호흡과 마음을 다스리는 애씀이 보인다.
예술이란 작품을 통해 내가 해석하는 만큼만 창작자를 이해할 수 있는 법이라 내 수준이 아쉽다. 모쪼록 바라는 본질과 정수에 가까이 다가가는 앞으로의 시간들을 만나시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