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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이자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세대도 다르고 미식 또한 내 삶과 접점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만화라서 끌린 점도 크다). 세대가 같아도 사는 일에 아무 교집합이 없는 경우도 많다. 같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이해와 감상은 다 다르기도 하고. 어쨌든!
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즘 젊은이들’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책에서나마 차분히 만나고 싶었다. ‘미식 플렉스’라니... 부럽고 신기하다기 보다 안타깝고 짠한 기분이 든 것이 착각이 아니라 슬프다.
그러니까... 플렉스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이들이 많은 세대인 것이다. 세계 평화와 환경보전은 고사하고 포기할 것들만 가득하게 늘어가다 멀어져간다. 그러니까... 자신의 노력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삶의 구성들이 많아진 것이다. 미식은 ‘욕망보다 애환’이다.
내 집을 마련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꾸며 살 수 없으니 음식에 대한 취향을 다듬어본다. 어차피 안 될 것 안달복달하지 말고 깔끔하게 포기하고 정말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끝까지 챙겨본다. 입김이 나오는 방에서 뭘 포기해야 하는지, 영상으로 상황을 표현하는데 더 선명할 수 없다 싶었던 아슬아슬했던 영화가 떠오른다.
먹는 거 입는 거를 자랑하는 지인들과 이웃들이 없어 매일 목격하지 않는 내 상황은 내가 이 세대와 다른 세대라는 것을 다시 알려준다. 나는 모르는 SNS의 어느 곳에서는 ‘취향의 허세’로 버티는 이들이 있다고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내 문장처럼 어둡고 지루하고 막막한 것은 아니다. 워낙 현실을 가감 없이도 통쾌하고 가뿐하게 그려내는 능력이 있는 저자라서, 애환을 문득 잊고 함께 웃거나 장면에 홀리기도 한다. 역시 만화는 더위 먹는 주말 밤 어질한 상태로도 좋다.
다른 취향보다 비교적 변주가 다양하고 저렴한 취향이 음식이라고 해서, 나 나름의 다른 이유로 무척이나 싫어하고 싫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먹방에 대해 잠시 다시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해하는 부분이 는다고 싫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 서글프다, 여러 모로.
이 책 덕분에 남의 속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니 바람이 생긴다. 이왕 미식할거면 안 먹는 것보다 못한 식재료는 잘 피하는 선택을 하게 되길... 대중적인 입맛,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하는 음식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게 되길... 그래서 그 음식이 매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길...
현재도 미래도 미안한 세대라 미래를 부탁한다거나 미래는 다를 거라거나 희망을 가지라거나 어떻게 해주겠다는 말은 못 한다. 다만 출퇴근과 직장에 대한 공감은 나눌 수 있으니 그 모든 과격한 생각도 기분도 응원한다고 안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