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묘사의 기술 - 느낌을 표현하는 법
마크 도티 지음, 정해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5월
평점 :
어렵다, 그런데 엄청 재밌다. 표현의 밀도가 높아서 한 학기 정도 강의를 들으면 가장 좋을 내용을 작고 가벼운 책에 아름답게 담아 주셨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반해서 계속 눈을 못 떼는 것처럼, 설레며 기쁘게 읽었다. 그런데 쉽지 않은 사유와 통찰이다.
혼자 읽기의 외로움이랄까. 무슨 뜻일까 아주 자주 궁금해 하면서도 필사를 잔뜩 했다. 글에 멋 부리는 걸 원할 나이도 아닌데 무척 멋진 문장들을 만난 것이 즐겁다. 진지하고 깊이 있지만 누구도 꾸짖지 않는 어조도 무척 안심이다.
자기합리화에 재빠른 내가 다정한 글귀들을 너무 많이 변명의 이유로 삼게 될까 미리 자제하자는 기특한 결심도 한다. 영상은 자주 지루하고 텍스트만이 권태기가 없다. 전공이 아니라 무지한 독자로서 창작의 고통을 모르고도 읽는 즐거움에 여전히 동조할 수 있어 반가웠다.
“묘사가 하찮아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 - 절대 없다(never).”
“묘사된 세계를 인식하는 즐거움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문외한이 읽어도 멋진 책인데, 영미문학, 특히 영시를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광대하게 유익한 책이 아닐까 부럽게 짐작만 해본다. 저자가 이 책에 담아 준, 원문으로 만나 본 적 없는 시들을, 덕분에 만나 보았다.
#엘리자베스비숍 #물고기
#헨리본 #그의책에게
#조지허버트 #기도
#제라드맨리홉킨스 #별이빛나는밤
#엘런샤피로 #해바라기
#제임스켈빈 #슬픔의양상
시란, 시인 자신의 감각도 읽는 독자의 감각도, 더 나아가 인간의 감각을 아주 섬세하게 벼려주는 기능이 있다. 단어와 표현 하나에 한참을 머물고 고민하는 시간은 아주 드문 독자이지만, 창작하는 이의 고민의 출발점이 여기인가... 싶기도 하고,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열정을 ‘느낀’ 것도 같다.
매우 매력적으로 지적인 가이드이다. 어렵다는 것은 그 매력을 가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