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맛보기 ㅣ Collect 14
정희태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5월
평점 :
미술과 와인이라는, 즐거움과 설렘이 적어도 두 배는 되는 소재들에 신이 나서 이틀 연속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다 노화된 위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쉬었다. 이 책을 읽는 규칙이나 방법이 따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맥주를 마시며 읽기에는 너무 어색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고 5월의 봄은 끝나가는 오늘, 인간이 약속한 시간일 뿐이지만 계절이 교차하는 미묘한 에너지에 조금은 설레고 감정의 울림이 커진다. 와인과 미술을 다시 만나기 좋은 날이다.
저자가 재밌고 유려하게 제공해주는 정보에 빠져서 즐기는 독서도 좋고, 취기가 오르는 와중에도 와인과 미술의 접점을 잘 보고 내용이든 작품이든 짝을 지으며 기억하는 방식의 독서도 새로운 성취감을 주는 즐거운 일이었다.
- 품종과 테루아에 따라 맛도 향도 다른 존재로 제조되는 와인 & 색채와 도구에 따라 고유하게 창작되는 미술 작품
- 인상파의 시작을 아리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와 스택스 립 와인 셀라
- 포도의 품종을 섞어 와인을 제조하는 아상블라주 & 다른 재료들을 섞어 그림을 그리는 톨라주
- 자연을 담고 추구하는 내추럴 와인 &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 시인 샤를 보들레르 & 샤토 샤스플린
-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 몰라셰 화이트 와인
- 렘브란트 판 레인의 <야경꾼> & 6년 3개월을 오크통 속에서 숙성되는 뱅존 와인
-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 소테른 지역의 특등급 와인 샤토 디켐
-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 감미롭고 우아한 아름다운 향의 샹볼 뮤지니
미술도 와인도 오랜 시간 애써 공부한 적이 없는 나와 같은 독자들은 더 흥미롭고 재밌게 배울 수도 있는 책이다. 방대한 세계들이 펼쳐져 있고, 큰 욕심 없이 최소한의 지식을 보충하자란 소소한 목표가 와인과 더불어 정신의 긴장을 풀어준다.
! 샴페인을 발명한 사람은 오빌레 수도원의 그로사르 수도사이다. 널리 알려진 페리뇽 수도사가 아니다.
!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가 행한 첫 번째 기적은 물을 와인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 우리나라 최초의 와인은 윤유일 바오로가 만든 1795년 첫 미사에 사용된 미사주였다.
!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와인은 해태주조에서 만든 노블 와인이며, 1975년 72병의 와인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래 묻었다. 100년 뒤인 2075년에 건배주로 사용할 예정이다.
쓰다 보니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라는 오해를 줄 수도 있겠다. 저자도 말했듯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와인과 미술 동시 입문서이다. 무겁고 부담스러운 권위는 사라지고 재밌는 이야기들만 가득하다. 와인과 미술의 고혹적인 마리아주!
배운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잘 기억할 수 있으면 더 기쁘겠다. 와인을 마셔야 연상 작용으로 미술이 소환되려나? 자연은 찬란하고 인간 세상은 전쟁과 혐오와 갈등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오월, 덕분에 안전하고 행복한 피난처에서 종종 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