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썸머 - 나의 여름 방학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 2
김다은 외 지음, 양양 그림 / 책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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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비슷했던 오늘이 내일도 반복되는 것이 즐거웠다. 그저 하루하루 자라기만 하면 되는 날이었다.”

전형적이어도 어쩔 수가 없다. 여름은 늘 어린 시절, 젊은 날과 함께 떠오른다. 여름날이어서, 여름날임에도 지치지 않고 더 신이 나서 즐겁던 기억 때문일까. 소란스러운 것을 대체로 힘들어 하는데, 인간이 만드는 소음 말고, 여름 공기를 가득 채운 생명들의 분주함이 무척 설렜다.

한 낮의 열기가 식어가는 여름밤은 어쩐지 더 설렜다.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것처럼, 혹은 더위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꾸는 꿈처럼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 다른 생명체의 바람과 꿈이 내 꿈속으로 들어오기도 했을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과 익숙해지는 몹시 고단한 봄을 지나고 맞는 여름방학은 느긋하고 행복했다. 작가들의 여름 방학이야기를 읽으며 아주 다양한 시절의 추억들을 들락거렸다. 그리운 이들을 많이 만났다. 기억이란 참 중요한 세계다.

주제사를 읽듯 나의 역사를 따라가 보는 독특한 경험이다. 짐작보다 즐거운 일들도 많았구나. 운이 좋아 참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났구나. 경험한 모든 일들로 성장했구나.

“이사와 이별은 다른 말이 아니었다. 방학 때 놀러 오면 되지, 라는 어른들의 말은 조금도 위로가 되어 주지 못했다.”

성장과 이별도 같은 말이다. 살아온 지나온 모든 시간과 이별한다. 때론 사람들이 남지만 오래 함께 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누구의 잘못이나 특별한 사건으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그저 시간과 더불어 계속 변화하는 우리 모두의 도착지가 다를 뿐.

“예정이 언니가 내게 주었던 갓은 취향이 전부가 아니었다. 언니에게서 받은 존중과 환대가 아직 내 몸에 남아 있다. 그 힘으로 나도 타인에게 곁을 내어 준다.

이야기들 속의 사람들도 우리도 타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존중받은 기억을 통해서만 나도 타인을 사랑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지금 내가 도착한 곳은 내가 만난 모든 이들과 더불어 걸어온 곳이다.

운이 좋아 사랑과 존중과 인정의 경험이 많은 이들은 아픈 곳 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도 할 것이다. 나는 무척 운이 좋아 참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나고 무수한 도움을 받았다. 100분의 1도 돌려주지 못하고 사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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