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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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미쓰비시 은행원으로 일한 작가가 2000년대 실제 발생했던 미쓰비시 리콜 은폐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현실에 바탕을 굳건하게 둔 작품들이 그의 특징이긴 하지만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내부 고발이이 되어 쓴 것인가 싶게 주제가 분명하고 생생하다.

 

조사와 상상만으로 창작했다기에는 70명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이 실체적이고 입체적이라 사회파 추리물 중에서도 최고라는 느낌이다구조적 폐단을 날카롭게 파헤칠수록 긴장감이 높아지고 자칫 문학적 재미가 약해질 수도 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제목은 문학적이지만사건의 본질은 차량 타이어 이탈 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이다이런 소재로 이런 분량 - 804쪽 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어간다는 것은 천재가 하는 일이다등장 인물들 모두가 작가의 페르소나 혹은 동료들이라 느껴진다.

 

과장도 무리도 없이 치밀하게 끈기 있게 싸우는 인물들이논리가굳건한 방식이 마음도 삶도 뒤흔드는 감동을 준다나는 원칙을 지키고 신의를 지키고 사람간의 예의와 배려를 지키는 이들을 존경한다양아치*는 질색이다.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하고 밝히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하고 노력하면 된다범죄는 은폐와 도피로부터 시작된다역겨운 것은 그런 행동을 마치 회사를 위해회사원들의 삶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변명하는 것... 대기업이 할 법한 익숙하고 지겨운 헛소리다.

 

호프자동차를 사랑한다면서 이놈이 하는 짓은 기껏해야 싸구려 겉치레 정의를 진짜라고 착각하는 자기기만이다회사란 그런 게 아니다. (...) 보기 좋은 행동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워 그 브랜드에 상처를 입히면 그건 회사에 대한 터무니없는 반역이며 기대수익의 상실을 초래하는 원흉이 된다.”

 

덩치 값도 못하는 대기업... 그들의 논리... 이익 구조에 매몰된 이들은 수치심을 모른다혹은 영구 상실했다저 확신에 찬 궤변들을 보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자신들의 행동의 결과로 사람이 죽어도 안중에도 없다.

 

자리와 맞바꾸어 사와다가 내놓아야 할 것은 영혼이다하지만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영혼 따위 얼마든지 내줘도 아깝지 않다.”

 

꿈이란 말이야그걸 손에 넣는 순간 현실이 되는 거야. (...) 움켜쥐려는 순간 사라지고 말아.”


 

어느 사회나 별 다를 바 없을 지도 모르지만속물을 넘어선 야비하고 폭력적인 인간들은 끔찍하다더구나 그런 이들이 학부모와 이웃사람들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배운 대로 타인을 괴롭히는 장면은 무시무시하다.

 

범죄자에게 책임을 묻는 마지막 방법이 사법 체계인데... 법적 정의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는지... 생각은 더 복잡해진다차분하지만 냉철하고 논리적인 전개를 마무리하는 합당한 결말이 부러워 쓰리다현실의 우리가 법의 그물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결론은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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