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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빛 이야기 - 어른을 위한 동화
박가빈 지음 / 밥북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天地玄*黃 宇宙洪荒 (천지현황 우주홍황)
* 玄
1. [형용사] 검다.
2. [형용사] 심오하다. 심원하다. 오묘하다.
3. [형용사][구어] 허황하다. 허무맹랑하다.
기억하는 최초의 화두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천자문의 시작이지요. 묻고 묻고 또 물었지만 설득력있는 답변을 못 듣다가 물리학 전공하고 스스로 납득했습니다. 어둠은 빛의 부재가 아니라 빛이 어둠의 잠시 부재라는 것.
우주공간이 어둡고 검은 것은 이제 다 아시지요. 빛은 명멸은 거듭하는 현상입니다. 빅뱅 이후 우주가 계속 팽창 중인데 ‘왜’ 팽창하는 걸까요? 팽창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암흑물질dark matter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존재를 ‘발견’했으나 ‘볼 수 없는’ 이 물질과 에너지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작용은 이해하는 ‘중력’에 영향을 줍니다. ‘양자공’이라고 하면 상상이 가능할까요? 공 모양으로 양자가 응축된 물질입니다. 우주의 95.1%는 이 두 물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계는 암흑 상태입니다.
@nasahubble
Countless stars are packed into this newly released Hubble image of M32. ⭐
This elliptical galaxy is located about 2.5 million light-years away, and orbits our galactic neighbor, the Andromeda Galaxy, as a “satellite” galaxy.
우리가 어둠에, 밤에 반응하고 느끼는 것은 원초적인 것, 아주 오래된 기억일 것입니다. 그 느낌을 오래 가만히 깊이 느끼거나 들여다보신 적이 있나요? 빛 속에서 깨어 있거나 어둠 속에서 잠들거나... 제 시간은 이 둘의 조합이라 진짜 밤의 시간이 거의 부재합니다.
빛 에너지를 담는 발명 이전에는 인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상상하고 모르는 그리움을 느끼고 긴 밤을 채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해가 지면 불 끄고 가만히 누워 나와 우주를 꿈처럼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 중 어둠과 빛과 우주이야기에 가까운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동화와 에세이 장르입니다. [별의 눈물] [북두칠성] [가장 가까운 빛]입니다. 동화는 애틋하고 슬프고 에세이는 따스하네요.
“사람에겐 자신만의 별이 있단다. 이 땅에 사람이 태어날 때 그 사람의 별도 같이 태어나지.”
모를 일이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순간 쉼 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별들 중에는 빅뱅의 순간 같이 태어난 원소들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쩌다 멀고 먼 지구까지 왔을까요. 그것도 모두 일순간에 일어난 일일 뿐일까요?
“아버지는 꽃을 달인 물을 양 손바닥에 바르고 하늘의 가장 빛나는 별에게 사다리의 끝을 맞추었어. 그런 다음 사다리를 타고 높디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갔지.”
“인간은 하늘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저 인간도 분명 알 것입니다. 그런데도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이곳에 와 저를 만나려는 사정이 무엇인지 저는 반드시 듣고 싶습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생만 하다간 불쌍한 우리 아이를 별님께서 거두어 주신다면 보잘것없는 제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별님의 눈물이 만들어낸 아주 작은 별이지. (...) 마음이 슬픈 땐 꼭 이 별과 함께하렴.”
“내 이름은 반디, 너희들은 빛을 내는 반디, 반딧불이야.”
반딧불을 모아 달님에게 보내는 동화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작은 별이 내려와 불이 된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모두 아름다운 빛들입니다. 당신을 지켜봐주는 혹은 당신이 바라보고 싶은 빛이 가까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