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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비밀을 알고 있니?
김규리 지음, 신여경 그림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평점 :
미술 작품에 과문해서 어떤 재료를 쓰면 이런 분위기가 가능한 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몽환적이고 신비롭습니다. 동글 말랑 포근한 캐릭터들에게 스며들 듯 부드럽게 퍼지는 색들입니다. 무척 낯설기도 하고 친근한 묘한 고양이들과 개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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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무척 궁금해지지요. 보름달이 뜬 밤의 놀이터에 모인다니 무슨 일일까, 뭘 할까, 두근두근하지요. 그런데... 청소를 합니다! 제 코드가 이상한가요? 이런 건전한 모임의 모습에 배가 아플 때까지 웃었습니다.
너무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섬세하게 묘사된 책을 보고 있으면, 투득 거리던 기분도 추리하려던 생각도 폴폴 풀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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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보다 작은 울고 있는 강아지... 작고 약한 생명들이 불쑥 더 걱정이 되는 한 밤입니다. 겨울이 되면 물이 얼어 깨끗한 물을 못 구할까 걱정이고,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이 일반 사료가 아닌 간식을 너무 많이 줘서 건강이 나빠질까도 걱정입니다.
올 해 봄은 너무 가물어서 날이 따뜻해도 내내 걱정이 되었습니다. 낯선 날씨였지만 가끔 나무 아래 고양이가 자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봄... 이란 느낌이 마침내 들기도 했습니다. 올 해만 길고양이 학대 살해 소식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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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엔 걱정도 불안도 폭력도 마음 졸임도 없습니다. 폐지 줍는 할머니도 예쁜 집에서 편안하게 아픈 곳 없이 사시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노인빈곤 1위... 대한민국은 약한 존재로 살기엔 참혹한 지옥에 다름 아닌 곳일까요...
서로 돕고 돕고 돕고... 그런 이야기는 32페이지라는 아쉬운 분량에도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들입니다. 비밀이라고 해서 소개하지 못할 내용에는... 깜짝 놀라고 많이 행복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살짝 슬픈 것은 독자인 제 감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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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아름다운 책을 만나면 읽은 사람은 누구나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되는 예외 없는 마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만큼 멋진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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