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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가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늘, 너무 자주, 여전히 있다. 그런 일들을 어떻게든 해치우는 대가로 일상이 이어진다. 강제력이 약할수록 더 가기 싫고 하기 싫은 일이 되기도 한다. 직장은 가야하니 무감하게 가지만 휴일 약속은 더 미칠 듯 싫은 것...
그렇다고 재택이 마냥 즐겁고 편한 것도 아니었다. 집중도 안 되고 일은 더 많고 산만하니 능률도 저하되고... 끔찍한 경험이었다. 한국 사회는 무엇보다 너무 바쁘다. ‘빨리빨리’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도 존엄도 고민도 없다. 다들 바쁘고 특정 직업군은 죽을 만큼 바쁘다.
목차의 6가지 사연보다 더 많을 누구나의 ‘가기 싫은 마음들’... 제목에 아주 심하게 공감하며 읽는다. 이때 ‘누구나’는 인간과 인간 아닌 것까지 포함이고, 배경은 현실과 가상 모두이다. 가장 흔하지만 확실한 이유는 ‘그냥’일 수도 있다. 그냥... 하기 싫은 순간들...
치밀하게 분석하면 뭔가 건질 지도 모르지만, 때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 중에서도 문득 그냥 가기/하기 싫은 경우가 있지 않은가. 혹은 뭘 자꾸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들이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그냥’이 충분한 이유가 되고, 존중 받을 수는... 없겠지...
“그냥 가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별달리 뭐가 싫다든가, 몸 상태가 안 좋다든다, 그런 게 아니라. 기분이 내키지 않는 거요.”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고 수만 년 동안 인간은 감정을 진화시켰다. 생존을 위해서건 다른 이유에서건 감정은 셀 수 없는 무수한 상황 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습득한 유전정보이다. 그러니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도... 읽을수록 이야기들에 공감한다.
“친구가 꼴 보기 싫다, 아니 학교 자체에 가고 싶지 않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해하고는 있지만 야기누마 가나타를 좋아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네요.”
“1년에 두세 권 정도는 다 읽은 후에 벽에 냅다 집어 던지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지 않나요? 집어 던지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성냥이나 라이터 자리를 확인하기 시작할 만한....... 아니, 제가 너무 나갔네요. ‘왠지 마음에 안 드네’ 싶은 책을 만나는 일 정도는 있지 않나요? 그런 책을 쓴 작가는 나름 미워지기도 하지요.”
평생의 기억을 다 소환하지는 못하고, 작년에 정말 화가 엄청 나는 책을 만났다. 야비하게 사실을 왜곡한 저자도 기막히고 굳이 그런 책을 팩트 체크 없이 번역 출간한 출판사도 밉고 여러 지적이 있음에도 무시하거나 역공을 가하며 기어이 베스트셀러를 만든 책... 무려 30만 부가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상황은 모르겠다. 광장에 쌓아두고 분서하는 상상을 했다. 지인들도 공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올 해도 어딘가에서 다시 소개되는 걸 보고 갑갑했다.
가고 싶지 않을 때 가지 않을 수 있는 시간들이 더 늘어날까... 하던 대로 우드득 마음을 부러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워 가야하는 날이 오래오래 이어질까... 어떤 선택이든 괜찮다, 괜찮다, 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만 섬세하게 진화하게 될까...
매력적인 이야기 구성의 SF 작품이다. 무척 몽환적이고 뜻밖에 서늘하다. 나의 ‘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과 누구나의 ‘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열심히 떠올려 보려 했다. 다들 힘들지, 쉬운 날이 별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