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소로우 - 어쩌다 옥바라지
오크나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해자의 서사는 묻지도 제공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한국처럼 피해자를 보호하고 이해하기보다 2차, 3차 가해가 가해지는 환경에서는. 더구나 내게는 강한 편견과 몰이해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읽어야 하는데 읽기 무척 어려울 듯한 책이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도 상황도 범죄의 양상도 천차만별이고, 사회적으로 불리한 이들의 범죄 유형과 발생률에 대한 내용을 조금 아는 것이 용기가 되었습니다. 대상이 수형자가 아니라 그 가족이라는 것도 좀 더 용기를 주었습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편견을 바꾸든지 유지하든지 이유가 생길 것도 같았습니다. 마음이 여러 구획으로 나뉜 채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가 되었든 힘든 시기에 상담을 해주는 인력과 장소가 마련되었다는 것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과 좀 알만할 뿐이지... 다들 어떻게 사는지 뭘 알까... 그러니 적어도 알기 전엔, 내게 확실하게 불편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전에 판단도 비난도 미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도 누군가의 섣부른 판단의 대상이 되긴 싫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피해자에 공감하여 분노하고 싶은 기분을 일단 떨쳐내어 둡니다. 모르는 수형자에 대한 편견이 튀어 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수형자 가족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봅니다. 모든 건 그 뒤로 미룹니다.


“죄인의 가족이 되어버려 이 카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자체로 충분히 고통스러웠습니다. (...) 남편이 수형자인 게 무슨 자랑이라고 거기에 내 닉네임을 달고 글을 쓴단 말인가!”


“제 주변엔 제가 겪은 일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 법이 정한 죗값은 다 치렀지만, 그걸로 끝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신과 같은 상황에서 당신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아, 라며 남자의 어리석음을 원망하는 뾰족한 마음도 외면하지 못합니다.”


“교도소는 정말 나쁜 사람들만 가는 곳은 아닙니다.”


“헛된 믿음으로 지금을 버티는 게 아니야. 행복회로를 돌리며 냉엄한 현실을 외면하며 꽃 같은 미래를 꿈꾸는 게 아니야.”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얼마나 무책임한 선택이었는지 똑똑히 경험하였으니 자신의 그러한 기질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있으리라 믿는 거야.”


“제대로 사람을 존중하고, 인생을 귀히 여기는 시간으로 담금질하고 있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기에 이 시간을 기꺼이 버텨낼 수 있는 거야.”


사람은 변하나요? 변하지 않나요? 쉽지는 않지요. 범죄의 여러 유형 중에는 뇌의 이상으로 공감 능력의 부재로 촉발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변화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면 그런 경우 가해자는 질병으로 면죄 받아야 할까요? 세상에 쉬운 판단도 일도 참 드뭅니다.


저는 사람이 변하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과 사회와 문명은 갈 곳을 잃습니다. 뭐 하러 이 모든 일을 애써하나요. 정말 아무도 변하지 않는다면. 모든 범죄의 대가는 한 가지 뿐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재범을 할 테니까요. 문명사회의 기본적인 믿음은 사람은 변한다, 변할 수 있다,입니다.


“바깥으로 꺼내지 못한 상처를, 소리 내어 울어보지 못한 울음을 터뜨린다. 그조차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역시 알지만 (...)”


심정적으로 어렵고 현실적으로 복잡한 사는 이야기들입니다. 처음에 든 생각처럼... 역시 힘든 이들에게 안내하고 상담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서, 그 일을 하는 이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저는 더 천천히 여러 생각을 갈무리해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