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차, 전철, 지하철과 관련된 사고라는 건... 대구지하철사고, 실은 범죄에 대한 기억으로 여전히 마음이 따끔거리고 쓰린 소재이기도 하다. 최초의 방화도 셔터를 닫은 기막힌 일도 수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희생된 일도 너무 화가 난다. 아는 분은 없었지만 마지막 음성 메시지에 많이 울었다. 유족들은 어떻게 살고 계실까.

 

가마쿠라선 도인철도가 이키타마 신사에 부딪혀 탈선한다. 그 사고로 68명이 희생당한다.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 역에 나타나는 유령이 있다. 이 유령은 사고가 일어난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 이야기는 네 가지이다. 희생자와 유족들의 사연을 만나게 된다.


 

죽은 사람과 만날 순 있어도 그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뿐더러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아.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때 이 열차에 올라타.”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꼭 만나고 싶지만, 구해줄 수가 없다. 그래도 다시 만나고 싶다. 내게도 와주었으면 하는 기회다. 하지 못한 말이 아파서 삼킬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그리운 이들이 많다. 슬프다. 느긋하게 감정이 풀려나도 되는 시간에 읽는다. 눈물이 뚝뚝...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사고로 더 갑작스럽고 더 안타깝게 이별을 맞은 이들의 심정은 어떨 것인지. 실감하는 일도 충격으로 무감해지는 일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의지가 망가지고 몸이 아프고 살아가는 일이 아주 힘들어지는 일도 있을 것이다. 아주 간절하게 다시 만나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었다.”

 

생기지 않으면 좋을 일들,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어쩌면 사고는 또 일어날지 모른다. 있어서는 안 되는 참사들이 한국에는 참 많았다. 불가항력과 우연이라기보단 인재라서 더 아프고 후회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 중에는 학살도 여러 차례였다.

 

불안과 그리움과 아픔과 슬픔과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온갖 감정이 흘러간다. 감정 이입이 쉽고 진한 작품이다. 독자들은 사연들 중에 가장 자신의 마음에 깊이 닿은 것을 만날 것이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과 관계 설정이다.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단 하나뿐이야. 네가 행복하게 사는 것. 구로랑 신나게 놀고, 돈가스 덮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던 여자, 그 여자가 외쳤다. “이 아이를! 가즈유키를 먼저 구해주세요!””

 

함께 사는 우리는 어떻게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었는지, 미처 모르던 진심과 진실은 얼마나 많을지, 그리고 사망자 몇 명, 이런 식으로 숫자로 표시되면 안 되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떠난 사람을 한 번 더 만나기 위해 규칙을 지키며 탑승했다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유족들이 잘 살아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떠난 이들이 마련한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아프다.

 

도모코,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