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 - 책 좋아하는 당신과 나누고픈 열 가지 독서담
윤성근 지음 / 드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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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책이라고 생각해보면 왜 책을 읽어야 하고 매번 사소한 궁금증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인간만 하는 가장 인간다운 특징이 기록이다그래도 사람이 곧 책이라는 생각은 못했는데그렇게 생각해보는 일이 재미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가 지금까지 알아 오던 세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이며 모험이다아는 걸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건 책이 아니라 마음에 욕심을 채우는 일이 된다우리는 언제나 알지 못하는 것이해 밖에 있는 것나와 관심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오랜 시간 아는 걸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책을 읽었다마음에 욕심을 채우려는 목표는 아니었지만 읽기가 직업이었으니 뭐라도 채우려는 목적이 맞기도 하다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책은 언제나 한계가 명확해서 아무 책이나 읽기 시작한 지가 2년 좀 넘었다세계의 경계는 매번 늘어난다.

 

책 목록이 전문가의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면이제는 나를 중심에 두고 목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다른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다눈치를 주어서도 안 된다. (...) 무엇이 문제인가기준을 잘 잡고 있다면 무슨 책을 읽든 내게 훌륭한 양식이 된다.”

 

어떤 책은 제목과 소개 글의 인상과는 달리 마지막에 거의 도착해서야 내게 필요한 양식을 주기도 한다. 10분만 좋으면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나는 대부분의 책에 대해서도 까다롭고 드높은 기준이 없는 독자일 것이다.

 

물론 호흡이 잘 쉬어지지 않는 밀도를 가진 책들에 대해서는 경외감이 들고 저자의 건강은 괜찮으신지 무척 걱정이 되기도 한다그런 책은 심신 모두 정좌를 하고 설레며 읽는다읽고 나면 잠시 또 인간인 것이 즐겁고 뿌듯해진다.




활용도가 높은 뇌는 뇌신경의 연결이 많고 활발한 상태이다뇌의 크기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뇌 기능이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자극과 연결이 창발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내는 비법이다.

 

책과 나의 관계도 그렇다매번 재밌고 유익하고 행복해지는 책만 고르는 일은 불가능하다누구나 취향의 경계가 있어서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만 읽기도 한다게으른 나는 양질전환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독서를 하고 있긴 하지만남이 고르는 책들을 읽는 재미도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거의 매번 내 세계의 경계가 늘어나는 경험을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책들거의 모든 책들에서 재미와 배움을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계기가 되는 단어 덕분에 한참을 생각 속에서 유영하는 긴 항해를 떠나기도 했다흐려졌단 생각했는데 오랜 시간이 흘러 조각조각들이 퍼즐처럼 찾아들기도 했다.

 

그러니 책은 가능한 많이 읽는 것이 역시 나는 좋다매번 당장의 의미를 다 찾지 못해도 그 시간은 사라지는 법이 없이 위로로 찾아오기도 하고 미처 측정 못한 힘이 되어 휘청이는 시간을 지탱해 주기도 한다크고 곧은 길이 아니라 해도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온 여정만이 유일하게 의미 있는 길이 된다.

 

독서자이고 작가이고 책방 주인장인 저자는 때론 다정하게 책 읽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곤 때론 담담히 쓴 문장에 준열한 지적들을 담기도 하셨다노곤하고 안심을 하며 읽다가 혼나기도 하며 체온의 등락을 경험하는 재밌는 독서를 한다마치 육성을 듣듯 거리가 가깝다.

 

즐거운 기억도 웃은 기억도 많지만고되지 않은 일상이란 없다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여기의 일상이 내가 가진 삶의 전부라는 걸 절감한다그래서 지향할 바를 더 모르겠어서무력하고 우울하고 혼란스럽고 서글퍼질 때가 많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는 걸어나가야 하는 것이 사는 일이니그 길에 희미하거나 흐릿하거나 따뜻하거나 반짝이는 책들이 표지판처럼 군데군데 있어주면 무섬증이 가신다그만 걷고 싶은 생각도 잠시 잊는다생각해보면 동료 인간들이 보내는 온갖 격려와 응원이 책인 것도 같다.

 

모든 책은 사람이 쓴 것이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유통됐으니 어떤 식으로든지 마지막까지 사람과 연결된 끝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 나는 이제 책을 읽는 것으로 무엇을 성취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대신 가능한 무해한 존재로 타인을 만나게 되길 바라며 읽는다조금이라도 가능하다면 고통과 괴로움과 아픔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딴지를 걸지 않을 사람이길 바라며 읽는다.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들이 부럽다. 40이 되면서 나는 조바심이 커졌다이제 책 읽을 시간이 얼마 안 남은 듯해서짐작보다 그 시간은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노안이 오십 전에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이야.

 

우리 시대가 고전이라는 말로 소개한 대부분의 문학 작품은 절망적인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긍정에는 힘이 있을지 몰라도 부정에는 위대한 철학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있다는 걸 명심하자독자는 책 속에 있는 부정적인 말들로부터절망적인 생각들로부터 시대와 삶을 통찰하는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이것이 긍정의 힘을 압도하는 부정과 절망의 위대함이다.”

 

절망 속에서 책을 읽자정확한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그리고

 

엉뚱한 질문 말고 야무진 질문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답이나 길은 오직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그러므로 질문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나갔다가 나를 향해 돌아와야 한다책 속에서 질문을 찾고길은 삶을 통해 만들며 나아가야 한다한참 후에 돌아본 그 길은 온통 질문으로 가득한 숲길처럼 보일 것이다.”

 

4장까지밖에 못 읽어서 외려 기쁘다아직 나에겐 10장까지의 읽지 않은 분량이 남아 있다그런데... 읽는 동안 정신을 바짝 차리시라. 50권쯤의 책을 결제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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