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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ㅣ 창비시선 475
송경동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전시회... 음악회... 여타의 모임들을 유예하고
주말 내내 집 안에서만 머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귀갓길 반가운 친구의 연락에는 을지로 OB베어가 기어이 건물주의 권리행사로
강제퇴거집행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 있다.
건물주와 법집행자들의 말은 어느 하나 틀린 것이 없다.
그저 뽀얗게 무지할 뿐이다.
그들은 부동산과 자본의 이익만 잘 지켜내면 빛나는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보기에 좋았더라~ 싶은 환경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마치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고 협업하자고
악착같이 달라붙는 광고업체의 논리 같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 업체인 듯
일단 소통을 ‘하자’고 한다.
부동산이 거래매물인 이들의 천박한 인식은 광고업체가 ‘소통’을 내세우는 방식과 같다.
그들은 삶과 문화가 어떻게 형성 ‘되는지’
소통이 어떻게 ‘되는지’를 모른다.
모든 건 자신들의 규칙대로 ‘창출’할 수 있다고 여기므로 삶도 문화도 역사도 무가치하다.
나는 대단한 고객인 적이 없어 매출에 도움이 못 되는 이였지만
어쩌면 100년은 더 갈 문화유산이었던 가게의 철거가 슬프다.
공간이 사라지고 추억이 사라지고
가게 안팎의 발자국들이 모두 지워지는 것이 슬프다.
자본은 이제 기억도 철거한다.
언젠가, 어쩌면 곧 자본은 인류를 철거할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자본 소득을 창출하다 멸종될 것이다.
아무도 기억할 이가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망각될 것이다.
박은옥 정태춘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송경동 시인의 시집을 읽으니
어느 한 시절, 한 기억, 마음의 한 조각, 정신의 일부가 딱! 죽고 싶(어 한)다.
서늘한 늦은 오월의 밤, 뒤늦게 맥주를 꽈랄랄랄라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