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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랬어
야엘 프랑켈 지음,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와 아이로 대표되지만 인간관계를 다루는 작품이다. 만나본 적 없는 저자가 아주 궁금해져서 읽기 전에 저자 관련 정보만 한참 찾아보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생했고 간단히 소개할 수 없는 수상 이력이 있다.
며칠간 인간관계에 대한 분석 이론을 읽고, 20여 년 전 만난 돌봄의 윤리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는 시간을 보냈더니, 이 책의 소재와 주제도 생각거리가 되었다. 혹 내가 미리 가진 생각들로 작품을 제대로 못 볼까 거듭 읽어 보았다.
아주 평범한 일상과 관계로 보이는 설정인데, 텍스트 만이라면 눈치 채지 못했을 어긋남이 그림과 함께여서 심리 분석 결과처럼 잘 보인다. 미묘하고 섬세한 표현들이 잘 밀착되어 보이는 느낌은 글과 그림 모두를 작가 혼자 작업한 작품이라 더 그런 것일까.
아무리 친밀하고 사랑하고 염려하는 관계라도 각자의 세계는 별개로 존재하며 서로를 향하는 말과 마음은 어딘가에서 부유하기도 하고... 일부만 도달하기도 한다. 깔끔하고 간결한 작품인데 내가 느끼는 메시지의 전달속도는 느리고 무겁게 도착했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이야기니까. 그럼에도 그 사랑이 사랑으로만 작동하기 위해서는 참 많은 조심스러움과 준비물과 태도와 방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랑은 늘 어려운 일인 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돌발을 예견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다. 그러니 양육자는 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을 건네받는 일이 힘들지만 아이가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걱정과 당부의 말이 사라진 세상을 잠시 상상해보면 부재의 자리에 사랑이 보일 지도.
고된 시간을 감내하는 모든 양육자들을 응원한다. 사실은 문득 울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아이의 안위가 염려되고, 가능하면 뭐든 다 예비해서 불편하고 아프고 슬픈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당연한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잠시 호흡을 고르시길. 다친 것 정도는 잘 나으면 된다는 조금의 여유를 가지시길.
이 작품은 엄마들에게 보내는 그림책 저자의 응원과 위로의 그림 편지글 같다. 깔끔하고 깊이 있고 호들갑스럽지 않은 다정한 맺음이 참 좋다.
그나저나 주양육자는 동서고금 여전히 ‘엄마’이구나 싶어 공기가 살짝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