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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평점 :
색colour는 빛light이다. 파장의 길이에 따라 나뉜다. 인간은 빛 - 전자기파 - 의 스펙트럼 중 일부만을 볼 수 있다. 그것을 가시광선visible rays이라 부른다. 즉 인간이 인지하는 색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인간 이외의 생명체들은 다른 색의 세상을 보고 살아간다.
생물 간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니, 이런 발견은 일종의 쓸쓸한 기분을 들게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심심한 것을 절대 참지 못하는 생명체라서 가시광선 영역 내의 색들을 끝없이 변주하고 결합하며 다양한 자극을 만들어낸다.
농담은 달라져도 색조는 비슷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도 우리 주변에는 갖가지 색들이 가득하다. 그에 더해 기분도 감정도 색에 따라 달리 반응하다. 빛과 색을 연구한 결과에 따라 때론 색은 인간의 안전을 도모하고 경고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색채예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책만 봐도 아주 많은 색들이 사용된다는 것을 느낀다. 인류 문명에서 ‘색(들)’이 관여한 이야기들은 얼마나 많을까. 디자인은 물론이고, 과학과 일상생활에 고루 영향을 미친 사례들은 재밌고 흥미로울 것이다.
외형상 인간은 다소 단조로운 색들을 지녔지만, 색색의 몸을 가진, 빛을 내는 동물들도 많다. 식물들은 물론이다. 그들이 다채롭게 진화한 이야기도 얼마나 재밌을까. 물론 연구 결과가 있다면 말이다. 연둣빛을 좋아하는 나는 몇 주간 눈이 부시고 기분이 찬란했다.
색(들)이란 소리 없는 축제와 같다.
목차에는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보라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색과 아주 많이 좋아하는 색, 언제나 영향을 받는 색이 있어 반갑다. 좋아하는 색부터 관심가는 소제목부터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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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동체는 주황색 승복을 입기로 스스로 선택하지만, 다른 공동체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도록 강요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주황색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매우 좋아하거나 매우 싫어하는 극단적 선택만이 있다는 것이다.”
“우유를 넣은 에스프레소의 모습이 카푸친 수도사들이 입는 수도복의 색깔과 비숫하다 하여 ‘카푸치노’라는 말이 유래했다.”
“파란 리본(프랑스어로 르 코르동 블루les Cordons Bleus)이 성령의 기사단 표상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 변화에 따라 지금의 파란 리본은 ‘최고 중의 최고’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실제로 닭과 햄, 치즈로 만든 맛있는 요리는 ‘르 코르동 블루’라고 부른다.”
“보라색은 모든 참정권 운동가들 속에 흐르는 고귀한 피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유와 존엄을 향한 본능을 나타냅니다. 흰색은 사생활에서든 사회에서든 결백한 삶을 살겠다는 의미이며, 봄의 상징인 초록색은 희망을 의미합니다.”
재밌고 친절한 책이다. 미술이나 색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한편 색이 주는 울림인지 시난고난하던 시절마다 색에 의지 하고 의미를 두던 고단했던 이들이 주는 울림인지... 구분이 안 되는 혹은 불필요한 장면들에는 좀 아프고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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