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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정판, 과학적 호기심을 가득 채워줄 놀라운 여행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11월
평점 :
정말 멋진 책이다. 이 책은 꼭 직접 만나 실물감을 느껴 보시길 바란다. 무척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셨는데도 귀퉁이가... 흑... 멋짐과 즉각적인 호감도가 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림 하나 없는 2003년 출간된 책을 재독하고 거듭 즐거웠다. 이 책은 2020년 개정판이라 무척 설레며 새 책을 만나는 기분으로 펼쳤다. 일러스트레이션의 우주 같은 웅장함! 페이지마다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지듯 환상적이다.
묵직하고 다채롭고 충실한 내용이 촘촘한 이 책을 들고 어디라도 가장 편안한 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즐기며 천천히 읽기만 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흐른다. 그림과 페어링이니 아주 즐겁다.
거의 모든 내용이 알아도 재밌고 귀한 지라 읽게 되면 생각에 빠질 과학 정보이자 질문이자 이야기들이다. 아무래도 오랜 의문, 아픈 질문, 불안한 미래에 관한 내용을 만나면 여러 복잡한 생각이 떠올라 잠시라도 멈추게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우연이지만 기적이고, 모든 순간이 선물이고 대체 불가능한 것인데, 좀 더 멋지고 즐겁고 행복하고 친절하게 공생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시간에 생명은 태어나고 사라지길 거듭하고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인간은 덜 폭력적으로 더 오래 살아 우주의 비밀을 밝히면서 지적 만족과 호기심에 즐거워하며 살면 안 되는 걸까?
따져보면 우리가 해결 못한 문제에는 늘 기아가 있었지만, 당장 다음 해에 식량 위기는 심각해질 지도 모른다. 모두가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다. 전쟁과 기후급변.
과학자들에 따라서는 10년에서 30년 내에 인류의 생존을 담보하는 인간 친화적 환경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니... 늙어 죽는 일이 미래 세대가 아니라 내 삶에서도 특권이 될 것 같아 불안하고 서글프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이고 나의 역사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동시에 태어났다. 개체로서의 우리는 사라져도 원자들로서의 우리는 흩어질 뿐이다. 불멸이 보장되었음에도 근원적인 서글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화의 기적인지, 예외인지, 실수인지, 그저 우연인지 자각 능력...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났다. 덕분에 온갖 감정을 맛보며 산다. 다음 생에는 무엇이 될까. 가능한 환경이라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좀 더 오래 지구에 머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