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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아이, 그 후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윤혜숙.정명섭.정연철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4월
평점 :
제목에서 짐작하시듯 전편으로 <격리된 아이>가 있습니다. 판데믹 시절을 함께 한 느낌이 드네요. 중국 상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기 힘든 일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지난, 끝난 일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현실보다 문학에서 먼저 ‘그 후’가 나온 묘한 기분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바뀐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저는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미래에 새로운 대안적 체제를 마련 중이라는 희망이 함께 할 때의 일입니다. 판데믹만 끝나라... 일종의 희망 주문을 외우며 살았는데, 참담하고 모욕적인 침략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세계는 확실한 후퇴 중입니다. 수치스럽습니다.
욕심만큼 많이 배우고 깨닫고 그 모든 경험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듯해 조바심이 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판데믹 이전에는 이슈조차 되지 않았던 제조업과 국가비상사태, 식량 자급, 백신불평등, 기후위기, 환경정의 등 함께 논의해본 주제들이 모두 귀합니다.
희생도 크고 상처도 깊습니다. 당장 생계가 위기로 몰린 분들도 많겠지요. 누구도 확실한 희망을 말하지 못하는 시대라, 가짜뉴스라고 믿고 싶은 마음에 거짓과 선전은 기세가 약해지지 않는 건가 서글픈 생각도 해봅니다.
가능한 돌발 상황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어쩌면 많은 이들이 한동안 마스크를 쓴 채로 매일을 보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60% 이상 증가했다는 가정 폭력, 일정파괴로 격차가 늘어난 소득과 학습, 판데믹 이전에도 지금도 큰 문제인 관계의 문제, 혹은 단절의 문제...
늘 쉽지 않았던 한 번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로 버티고 있습니다. 무시당하고 뒤로 밀려났지만, 판데믹 상황에서 어린이들(청소년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고통 받았습니다. 판데믹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은 누구였나요. 이래저래 참 부끄럽고 힘듭니다.
이들의 2년은 말 그대로 잃어버린 사라진 빼앗긴 시간입니다. 진지한 보상도 대책도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모릅니다. 위기가 닥치면 약자들에 대한 대우는 실체를 드러내는 법입니다. 특히 저는 무지한 학교 밖 아이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 많이 배웁니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머릿속에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나부랭이는 들일 공간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 마스크가 가린 건 표정이 아니라 어쩌면 마음의 문이 아니었을까.”
무시당하는 아픈 어려운 불편한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스터리 장르를 즐기지만 ‘시험 살인마’... 엄청 무섭군요. ‘연대의 법칙’은 짐작대로 여러 번 마음이 울컥이고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비욘드 코로나’는 경험이자 희망을 느낍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아직 우리에겐 우정이 남았다고.
“옷으로 몸을 가리듯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렸을 뿐, 진심 어린 눈빛과 다정한 말을 주고받는 데 마스크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까.“
성장은 원래 아프고 힘든 거라는 그런 쓸데없고 무책임한 말 말고, 외롭고 아프게 싸워나가며 성장하는 모든 이들을 힘껏 응원합니다. 기회가 있으면 참여를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누구나 참 고단하지만 도우려는 어른들이 아주 많은 세상이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여전히 막막하고 해결해야 할 걱정거리도 많지만 예전처럼 마냥 절망하거나 우울해하지도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걱정을 덜어 줄 존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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