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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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기후 재난이 가속화되는 것은 엄정한 사실인데마법소녀들도 나만 모르는 여러 곳에서 활동 중일 것인가마법도구와 주문은 오류 없이 작동될 것인가잠에서 깨면 어김없이 전해오는 폭력과 살해물에 잠기고 불에 타고 있다는 육지집도 가족도 잃었다는 사람들.

 

그런 현실은 없다는 듯 더욱 현란한 기법을 더해가는 상품 광고들구독자가 늘어가는 먹방 채널들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는 침략자핵을 탑지할 수 있는 미사일 성능 시험을 취재한 영상뭘 하기가 싫어지는 수준의 세상이다.

 

모두가 알고 있어요진짜 위기는재앙은기후 변화의 모습으로 온다는 것.”

 

진짜 위기진짜 두려운 문제들을 데려와서 아주 독특하고 재밌고 다양한 서사로감각적인 문장으로 판타지를 만들었다박서련 작가의 구상력과 필력이 우울한 와중에도 신기하고 감사하다웃기려는 작품이 아닌데허망하고 허탈하고 동감하며 여러 번 웃었다.

 

당신은 지금 죽을 운명이 아니에요.”

 

다행이다신용카드 빚과 리볼빙 서비스와 전염병으로 인한 실직으로 누군가 한강 다리에서 뛰어 내리지 않아서이야기 속이라도 참 다행이다판타지와 현실을 모두 겹쳐 자유롭게 오가는 이야기에 헷갈리다가도 같은 이유로 몰입하게 된다.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부여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만 마법의 힘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운명을 받아들이고싸우고이기고세상을 배우고은퇴하고완벽한 서사다비밀 존재들이 아니라 무척 왕성한 활동을 한다협동조합도 있다아주 오래 전 초록색 머리칼을 한 마법 소녀를 잠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친구들이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라서보통이 방법으로는 안 되고 마법의 힘이라도 필요했던 존재가 마법소녀라는 설정이다살다 보면 마법지팡이가 하고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다결과를 알고도 손을 대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의 절망이 가득할 때.

 

어째서 그 지경이 되기 전에 예방도 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어 이렇게 일이 막바지에 다다르지 않게 되지 못했나 그런 생각이 들지만우리가 기대했던 세상의 울타리를 생각보다 엉성하다당연히 마련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일을 착수하고서야 아무런 지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예언의 마법사로 산다는 건 끔찍한 운명론자가 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기도 하거든요.”

 

누구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고 해서 두렵다부디 내게는 그런 초능력이 생기지 않기를각성하고 싶지 않다누가 다른 사람이 좀 해주셔요마지막으로 여러 번 의심하고 곱씹어 보아도 박서련 작가는 언젠가 이미 각성한 마법소녀임이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마법소녀들이여세계를 구하고 본인은 망하지 마시길감당할 수 있는 대가만을 지불하고 조금쯤은 힘이 되는 소원을 이루며 살기를 바란다.

 

새삼 다른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길에 빗물이 넘치는데도 누군가 자꾸 현관문을 여닫는다는 것은비가 이렇게 오는데도 위층 사람들이 생활을 지속한다는 의미니까출근하고 퇴근하고 필요한 것을 사러 가게에 다녀오고그런 일들을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인간이 더 오래 살면서 갖가지 어리석은 짓을 할 생각을 하면 갑갑하지만비로소 진화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도 품어본다참 미운변명도 변호도 불가능한사랑하는 기이한 인간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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