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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뇌에 행동 스위치를 켜라
오히라 노부타카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4월
평점 :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해야 할 혹은 실행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그렇다는 건 다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몇 가지는 서서히 무게를 갖추고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견디거나 피하거나... 늘 하던 대로 그렇게 하거나. 실행을 돕는 37가지 조언들이 있다니 기분은 든든하다. 몇 가지나 따라할 수 있을까.
- 행동 시작 속도 높이고
- 행동 브레이크 제거하고
- 행동 마인드 갖추고
- 행동 사고 익히고
- 시간을 활용하고
“당신이 바로 움직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사실 우리의 뇌는 엄청난 귀차니스트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편향이 작용하여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귀찮아하는 뇌를 움직일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 수만 있으면 ‘바로 행동하는’ 스위치를 ‘ON’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자가진단을 통해 인지한 내 문제는 스스로 설득 가능한가 아닌가가 첫 단계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다. 그리고 재빠른 계산. 즐거움보다 고통이 크면 바로 포기하는 유형인데 수리적 합리성에 길들여져 스스로 깨뜨릴 수 없다. 내 몸임에 분명한데 아무리 원해도 행동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행동의 질은 잠시 접어두고 행동의 양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임시 결정과 임시 행동이라는 방법이다. (...) 가장 첫 단계의 허들을 끝까지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체적으로 우선 10초 만에 할 수 있는 일부터 시범 삼아 움직여보는 것이다.”
이 제안은 버릇으로 만들고 싶은 운동습관이 있을 때 유용하다. 시간을 정하고 하기보다 생각날 때 그냥 바로 하면 된다. 스쿼트, 스트레칭, 플랭크는 그야말로 1분에서 3분 이내에 끝나니까. 동의한다. 단지 내 고민은 운동습관들이기가 아니라 고민이다.
“결과 목표의 장점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 그러나 실패가 거듭될 때, 혹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쉽게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게 되어 행동을 멈추는 원인이 된다. 반명 행동 목표는 성과나 결과와 관계없이 스스로 정한 일만 완수하면 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다.”
결과를 예상하지 않거나 목표가 없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유도 가치도 잘 모르겠다. 500살 정도 살 수 있는 수명이라면 경험과 체험 자체로 끝나는 일들도 즐길 수 있을지 모르나, 하고 싶은 일을 다 시도도 못하고 죽을 운명인 인간의 수명으로는 한가해질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나는 이게 내 문제의 일부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며칠 전에 아주 다정한 조언을 들었다. 현실 파악과 정답 실천으로 이어지는 내 사고의 틀이 지금의 무력감과 공허함과 분노의 생산처일 수도 있다는. 맞는 지적이다. 정확한 관찰을 해주었다는 것에 무척 고맙다. 어려운 일이고 애정이 한 가득인 일이다.
답답해도 한가해보여도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지루하고 지지부진하게 여러 사람들과 여러 기준들과 충돌하고 기존의 문제, 새로운 문제를 고민하고, 선택하고, 실행하고, 늘 성찰하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그러다보면 한 가지 목표나 도착지가 아니라 생각 못한 문제들이 먼저 풀리기도 하고, 남은 문제를 해결할 활동의 바탕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러면 나는 뭘 조급해하고 안타까워하고 화를 내고 지쳐서 무기력해지는 걸까. 그건 내 눈에는 현실이 무척 험악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 험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80년대랑은 달라서 우리는 서로를 지켜낼 수 있다고 하지만, 믿으면서도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이 삶이 정치라고 이해하는 나는, K-트럼프에 이어, 프랑스에도 극우 르펜이 당선될 지도 모를 일이고, 지지율 바닥인 바이든 정부를 보며 원조 트럼프가 재등장할 것도 같고, 그렇게 되면 지구상의 누가 거대한 망각과 광기의 세상을 말릴 수 있을지 짐작이 안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 뇌는 고민 중이다. 최대한 사적 즐거움과 이익을 늘리며 굴속에 숨은 쥐처럼 안전하게 살아볼까. 내일을 알 수 없는 세상 막 즐기며 살아볼까. 게으른 나의 뇌가 내리는 결론은 매일 같다. 하던 대로 시시하게 할 수 있는 일만 하며 살기로 한다. 오늘은 두통이 무언가를 쪼갤 듯도 하지만 산책과 책이 있으니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