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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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이제 기억이 안 난다뭔가 금욕적인 태도를 입히자는 생각에 예전 학생이었을 때처럼초보 직장인이었을 때처럼방학과 휴가가 있는 여름이 될 때까지 재미난 장르 문학은 찜만 해두고 읽지 말자고 생각했다. 4월인데 슬금슬금 결심은 깨지고 있다.

 

브램스토커상Bram Stoker Award을 수상한 호러 스릴러 장르 문학이다엄청 궁금했다땅과 사람에 대한 호칭이 부당하긴 하지만, ‘북아메리카 원주민이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아주 무겁다아무리 달리 포장하려해도 학살과 약탈의 역사 말고 달리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상 후에 세워진 문명이주민들은 자신의 역사와 근원적으로 화해할 수도 없을뿐더러야생동물처럼 보호구역을 만들어 가두어 둔 살아남은 원주민들과 어울려 살지도 못한다직접 침략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역사의 트라우마는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다.

 

화해할 방법이 없는 트라우마는 악몽이 되어 등장할 수밖에 없다이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인간의 평범하고 가장 흔한 반응이다이 책은 그 공포 중에서도 더 무겁고 깊은 생명에 대해 마땅히 가져야할 경외가 부재한 인간에 대한 생명 자체의 경고와 복수를 다룬다.

 

자극적인 단일 사건이 아니라 해당 인물들의 삶을 주위에서 포위하듯 좁혀들며 서서히 무너뜨린다사유보다는 호르몬 생산에 주력하는 사춘기 소년들의 뇌는 부풀어 오른 호기심을 동력으로 금지와 금기를 무시하고 삶을 망가뜨릴 곳으로 자신들을 내달리게 한다.

 

오래 말하지 못한 비밀, 10년 전 자신들이 앗아간 생명이간절하게 잊고 싶었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났다환상과 광기와 공포와 살인은 내가 짐작한 트라우마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력했다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인간이 성장하고 세계를 확장하는 방식은 주변의 누군가를필요에 의해 다른 존재들을 해치는 일일 지도 모른다인지하든 그렇지 않든그 방식이 섭식처럼 문명화되어 최초의 살해를 거의 느끼지 못하건 본질은 고래의 사냥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그 죄책감과 빚을 자신의 성장으로 갚거나 벗어나려 하는 지도 모르겠다등장인물들 역시 이후의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오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애썼다가해자였던 자신들이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부인할 수 없는 전통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다불안과 공포를 생생한 묘사로 따라가게 하는 필력이 압도적이다상상할 수밖에 없어 여러 번 무서?m다.

 

몇몇 인간들이 성장 과정에서 실행한 위해를 다루고 해소시키는데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그러고도 복수죽음위태롭지 않은 정체성 마련가까스로 느껴지는 삶에 대한 희망은 간신히 마무리되고 마련되었다.

 

밖으로 드러나 행위는 당사자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내면에 달라붙은 잊지 못할 불안은 기어이 공포로 진화하였다마음에 쿵 떨어지는 결말이 좋다아쉽지 않게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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