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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0
레미 쿠르종 지음, 나선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4월
평점 :
한국에서도 없지는 않았던 일이지요. 큰 나무를 사들여 제 집 정원에 심는 일. 탐나는 것은 모두 자신의 사유 재산으로 만들어야 신나는 이들이 짐작보다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섬과 해변의 자갈이나 돌 빼돌리기, 나무 몰래 파내는 일이 완전히 없어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전용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에게 그만! 커다란 나무가 눈에 띄었네요. 충분한 돈이 있다고 생각하니 사려고 들지요. 아름다운 내용이 아님에도 나무뿌리 주변 흙을 파내는 그림은 참 멋지고 대단합니다. 더불어 나무의 크기도 실감이 납니다.
"옆에 있는 나무도 사 버리면 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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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무뿌리가 얽혀있고 댕강 자르는 대신 옆에 있는 나무도 사자는 의견을 내는 것에 안심이 됩니다. 작은 나무가 드리운 그늘이 정말 절묘합니다. 낮잠을 자는 할머니도 부럽습니다. 낮잠을 자본 지가 언제였는지.
“그 나무는 작은 나무였습니다. 나무는 커다란 나무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수백 년이나 되었을 법한 조그만 집 마당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집 앞에는 할머니 한 분이 버들가지를 엮어 만든 의자에 앉아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멋진 그림들이 대부분이지만, 할머니의 눈에 담긴 나무 두 그루가 가장 멋집니다. 맛있는 차와 쿠키를 대접한 후, 담담하게 요청하는 모습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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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건 적전 사람들이 타인에게 받은 뜻밖의 호의에 쉽게 감동받고 생각과 행동을 바꿀 거란 기대가 제게는 별로 없습니다만,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있었는데 몰랐던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빨리 흙을 덮어 주면 좋을 텐데, 왜 혼자서 하겠다고 했는지 알 것도 같고 나무가 힘들었을까... 조금 불만이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메시지가 있겠지요. 혹은 사람이 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일까요.
그렇게 다 마무리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한 선물로 인한 이야기가 뭉클해서... 늙어서 눈물이 여기저기 흔하게 출몰(?)하는 저는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직 마음이 찌르르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궁금하시지요?
나무가 좋고 커다란 나무는 더 좋고, 아이러니하게 운전을 잘 안하게 되니, 동네 초입의 커다란 느티나무 볼 일이 줄었습니다. 잘 있겠지요, 수백 년간 그랬던 것처럼.
창밖의 나무들이 살랑살랑 반짝반짝 거리는 것을 보며, 오늘도 나무 말고 나무에서 태어난 종이책과 나무의 향을 간직한 연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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