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들의 정원 햇살그림책 (봄볕) 50
피레트 라우드 지음, 서진석 옮김 / 봄볕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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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많이 좋아하지만 읽기 혹은 보기 편하고 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늘 전시회에 혼자 방문한 기분입니다. 도슨트도 없이 혼자 작품을 보고 무엇이든 귀담아 듣고 싶은 기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많이 읽고 싶지 않을 때, 행간을 짚어가며 텍스트 해석에 뇌를 구동하고 싶지 않을 때 그림책을 펼치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깊고 무거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을 만나면 어이쿠! 싶습니다. ... 묘하게 즐겁기도 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존재하나요

-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것만 존재하나요

- 모두의 가장 중요한것들이 충돌하면 어떻게 하나요

- 각자가 가장 중요한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자연이 너그럽거나 식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존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사는 대가로 뿌리가 없는 모든 것을 치워달라고 말하는 식물들에게 놀랍니다. ‘뿌리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기에 충분한가요? 나무를 잘라대는 톱을 피해 도망간 정원에서 나무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뿌리가 없이 존재하는 이들은 다양합니다. , 웅덩이, , 바위도 그런 이들입니다. 더 읽기 전에 이들이 모두 없는 정원을 상상해봅니다. 멍청한 인간이 열심히 꾸민 작위적인 어느 정원이 떠오릅니다. 상상 속에서도 참 불편합니다.

 

- 새에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이유

- 웅덩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이유

- 별에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이유

- 바위에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이유

-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이유


 

멋진 이유들인데, 마지막 질문의 답은 찾기가 힘듭니다. 평생 그랬습니다. 가장, 최고, 단 하나를 찾는 일이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다 가장, 최고가 여러 개가 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냐고 어느 날 꼬맹이가 물어서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지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으니 진심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간절하고 중요한 것 없이 사는 삶인가... 기분이 서늘해집니다.

 

다른 것은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조심스럽게 생존해 왔지요. 만나본 적 없는 바이러스는 70억이 넘는 인류를 잠시 멈춤 시킬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바이러스와 우리는 인사를 나누거나 대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싸워서 한쪽이 사라지거나 적응해서 공생하거나.

 

그런데... 다른 존재들과도 그렇게 지내야 하는 걸까요. 자세히 한참 오래 보면 알 것 같은 존재들, 알고 나니 별 다를 게 없는 존재들, 알고 보니 우리 모두가 그만큼은 다 다른 존재들임에도.

 

뿌리가 있는 나무들만 존재하는 정원을 상상해 보세요.

아름다운가요.

당신은 그 안에서 편안한가요.

 

내 생각엔 가장 중요한 것은 (                 ).”

 

발칸 반도에 위치한 에스토니아 작가의 작품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좀 더 힘껏 바라고 싶어집니다.

 

평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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