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키보드
설경 지음 / 캡스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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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목차의 방식을 이해했습니다무척 좋아하는 경이로운 지인이 저자처럼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빈 화면을 노려보는 시간이 일상의 많은 부분이라고 하더군요.

 

무척 힘들지만 기쁨도 설렘도 보람도 가득하니 완전히 지치고도 다시 새 책 구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는 것은 역시 무척 행복한 일이라고 믿습니다저도 언젠가는 짧게라도 경험하고 싶습니다만... 겁쟁이라서.

 

이미 여러 번 밝혔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직업을 가진 분들의 글이 반갑고 궁금합니다한정된 시간 동안 가능한 넓힐 수 있는 세계란 책을 통해서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입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촘촘하게 담아 주셨지만소개는 제가 좀 더 오래 머문 곳들생각의 접점을 만난 것들을 적습니다그것 말고 할 수 있는 다른 게 뭐가 있을까...도 싶습니다에세이가 저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서직접 만나 얘기를 들은 것처럼 어떤 친밀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세상 어느 작가도 자신의 팬이라고 하는 독자가 반갑지 않은 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이겠지요시간을 내어 몇 시간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라고사람은 이렇게도 연결되고 친해질 수 있는데세상의 혐오와 폭력은 어디에서 그치지도 않고 발원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나는 애초에 누군가를 깊이 사귈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내가 지금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을 그어 놓고 인간관계를 맺는 비슷한 류의 사람들인지도...”

 

나는 여중여고를 거치면서 (...) 그때도 친구란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사이지이렇게 고백을 하고 고백을 받아야 하는 사이는 어딘지 이상하다 여겼던 것 같다.”

 

나도 어디 다른 데로 옮기지 못하는 선이 있습니다그래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알렸지요. ‘이건여기부터는 안 되는 거라고화를 내는 일은 힘이 들어서 싫기도 하지만상대를 아프게 해서 돌아오는 고통이 더 싫습니다그러니까서로 힘들기만 한 일이지요.

 

어릴 적이지만 맘껏 어리광을 부리고 한없이 받아주시던 분들을 생각하면 바닷물 속에 잠긴 듯 아득해집니다저도 언젠가는 누구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참 좋겠습니다.

 

어릴 적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지 고민이었는데요즘(?) 초등생들은 의사표현이 아주 확실한 듯합니다서로가 너무 좋아서 대학교와 전공까지 정해둔 절친 사이가 분명 멀어진 듯 보이는데도정식으로 헤어지진 말을 안 했으니 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와아...

 

나는 자살을 옹호할 생각도 비난할 생각도 없다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그것 하나밖에 남지 않았을 때라고 여겨질 때조차 그걸 선택하지 않을 선택 역시 남아 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저자도 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살았네요암투병 역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우울해지고 무섭도록 외로워지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그래도 버텨보기로 해서글을 써서 오늘 저처럼 어딘가의 독자와 글로 만나고 있는 것이겠지요고생하셨습니다.

 

죽음이란 건 그런 것이었다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그 선택을 두고 좀 더 버텨 볼걸 하고 후회하고 있을지 아니면 고통을 끝내고 비로소 편안해졌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 그러니 정말로 힘들 때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마라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

 

지구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명을 이루고 수명의 많은 부분을 배움에 사용하지만힘든 사람에게 위로해줄 꼭 맞는 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모르겠어서 힘내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다른 표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혹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혹은 저자의 말처럼 잠시만... 선택을...

 

나는 언제부턴가 당장 죽어도 아쉬울 게 없다 하면서도 자꾸 욕심을 부리고 있다. (...) 사실 나는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 현대인의 불행은 자신을 불사불멸의 존재라고 여겨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때문에 온다고 한다나는 지금 내가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 여기 남기는 나의 타이핑은 일종의 유서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데 자꾸 잊고 삽니다지금 하는 말과 글이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해보자또 잊고 살겠지만.

 

지난봄부터 나에게 일어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정리. (...) 15년 전 한창 배우다 말았던 퀼트 천 조각을 발견했을 때 이건 아니지’ 싶었다. (...) 그래도 입을 만하다 싶은 건 (...) 기증하고 (...) 그렇게 주말마다 한 품목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 ‘을 뺐다.”

 

나도 열심히 정리 중입니다지난주는 쉬었더니 기분이 무척 불편했습니다강박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마음이 아플 때마다 고맙게도 올 해 선물 받은 꽃씨들과 허브들을 화분을 늘려가며 심어뒀는데덕분에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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