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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족 - 가족문제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황선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가족의 문제란 ‘관계’의 문제에 다름 아니겠지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즉 선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우연, 제비뽑기, 복권과도 같은 구조라서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출발선이 모두 다른 불평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관계를 분석하고 잘 알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관계는 이후의 상황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설정하니까요. 특히 어릴 적엔 안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것들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갖가지 감정들이 쌓이고 - 일부 풀리기도 하지만 -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합니다. 그 단계에서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저자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의 첫 단계를 ‘안전한 사람에게, 자기 입으로, 좌절된 욕구와 감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잘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이 필요하고, 넋두리와 다른 말하기, 즉 ‘말해야 할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방법은 전문가 상담이겠지요.
이때 감정적인 태도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얼마만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지, 충분한 건지... 정하기는 힙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제대로 나눌 수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말을 해도, 속을 털어 봐도 삶이 관계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도 상대도.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어떤 종류든 폭력을 경험한 생존자라면, 자신을 탓하는 생각을 한다면, 가해자의 공격성을 닮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합리적 이해가 어려운 영역입니다.
설명도 어려우니 설혹 어렴풋이 자신이 폭력에 반감이 있더라도 익숙한 대물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폭력과 힘의 불균형을 배웠던 것이니까요. 학습된 행동은 되풀이됩니다. 이는 개인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해당 가족 집단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상담자로서의 저자는 ‘폭력의 대물림과 희생양을 만드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상담하며 수많은 한계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희생자 혹은 생존자는 무력감으로 상호작용/반응/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치료입니다.
상담가인 저자는 무척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어쩌면 유일한 제안을 합니다.
“대물림을 끊기 위한 과정에 자신을 계속 둔다.”
어떤 변화는 우연히, 누군가의 한 마디, 한 구절, 한 장면을 통해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변화는 계획적으로, 지속적인 상담, 더 나은 방법의 탐구, 단계적 연습을 통해 일어납니다. 분명한 것은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을 떠나지만 마세요. 부모의 병리를, 환경적 위기를 바꿀 힘은 부족하나 자녀에게 주는 영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늘 변화의 과정 위에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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