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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
김종진 외 지음,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외 기획 / 후마니타스 / 2022년 3월
평점 :
<어느 쓸쓸한 노동에 대하여> 식당에서의 일
생활 세계가 줄어드는 것만큼 생각의 폭도 줄어드는지, 불안한 것과 성가신 것들 생각에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는 지에 대한 생각도 오래 멈추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지 않는 존재로 살아주기만 바랐던 것도 같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선택사항이었던 사람은 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굶지는 않는다. 하지만 식당에서 노동하는 이들은 식당에 오는 사람이 없어지면 굶게 된다.
간단한 사실이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관해 뭉뚱그린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몰랐던 것 같다. 이 책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사람으로 형태를 띤다.
고용계약서 안 쓰는구나...
실업급여 못 받는구나...
판데믹이라는 재난에도 그로 인한 피해를 증명할 방법이 없구나...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일상이 아니구나...
전국이 통제 관리되고 있는 듯 보였던 것은 착각이었구나...
코로나19 교육도, 발열 체크고 손소독도 말조차 들은 적 없는 사람들도 있구나...
최저임금도 아주 쉽게 지켜지지 않는구나...
몇 해 전 시사 잡지에서 내 식탁 위의 거의 모든 식재료에 이주 노동자의 노동이 있다는 글을 읽고 무척 놀랐다. 땀만 배어 있으면 좋겠지만 온갖 차별과 폭력과 혐오와 불법과 상해와 심지어 죽음까지 관련이 있었다. 먹고 사는 일이 왜 이래야 하는지 황망했다.
그러니까... 그런 현실은 내가 그 글의 잊어가는 속도에 아무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판데믹으로 멈추자 비로소 그들의 노동력이 가시화된 사실이... 해도 티가 안 나지만 안하면 엉망이 되는 가사노동 같아서... 계산도 안 되는 가려지고 숨겨진 노동과 닮아서 쓰리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