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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보들 실뭉치 ㅣ 보리 어린이 그림책 12
김효정 지음 / 보리 / 2022년 3월
평점 :
귀한 선물로 받은 책이라 연두빛이 가득할 때 읽고 싶었지요. 힘이 부쩍 나진 않는 봄이지만 그래도 봄, 잠시 볼 수 있는 연두yellowgreen을 무척 좋아하는 저 보라고 친구들이 여기저기 사진을 보내주어 봄인가 합니다.
그림책은 참 설렙니다. 모든 그림책이 감동적이지요. 글이 있어도 없어도 누가 나와도 분량이 얼마이건, 아무 상관없이 최고의 존재감과 문학적 감동을 주는 장르입니다. 인내심이 없는데 한참 잘 참다 오늘 펼쳐 봅니다.
도로롱~ 도로롱~ 엄청난 캐릭터와 눈이 마주치자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이런 창작은 어떻게 가능한 건지요. 그리고 지식 부족으로 인해 잠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도롱이도 도롱이벌레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 도롱이 Rain Coat
1. 짚,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 예전에 주로 농촌에서 일할 때 비가 오면 사용하던 것으로 안쪽은 엮고 겉은 줄거리로 드리워 끝이 너털너털하게 만든다. (국어사전)
* 도롱이벌레/도롱이나방 Bagworm
도롱이나방 또는 도롱이벌레라고도 한다. 수컷은 날개를 편 길이가 약 20 mm이다. 몸빛깔은 흑갈색의 털로 덮여 있고 무늬는 없다. 더듬이는 빗살 모양이다. 암컷은 날개와 다리가 없고 몸길이는 15∼18 mm로, 몸의 털은 성충이 되면 곧 빠진다. 연 1회 4∼7월에 나타난다. 유충은 가늘고 긴 통꼴인데, 나무껍질의 작은 조각을 붙인 도롱이를 만들고 그 속에 숨는다. 나무껍질 ·잎 ·이끼 등을 먹는다. 한국 ·일본 ·중국 ·사할린 ·중앙 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두산백과)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볼 때도 거의 대부분 열등감이 심하지만, 인간 말고 다른 생명체들을 만날 때도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도롱이벌레는... 자기 집을 스스로 만들 수 있군요. 그것도 주변에 있는 재료로 쓰윽~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집이 부서져도 - 실제로 애벌레가 자기 집을 부수는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울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다시 짓습니다. 아주 조그만 일만 잘못되고 불평불만에 한탄을 하고 마는 제 모습이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발견한 털실뭉치가 연두빛이라 두근두근하네요. 새로운 재료에 너무 신나서 크게크게 집을 지었다가 곧 바로 실수를 깨닫고 몸에 딱 맞는 집을 다시 짓는 것도 멋집니다. 인간은 그런 반성도 잘 못하고 하더라도 바로 고치지 않거든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용할 가치가 있으면 고갈될 때까지 꺼내어 쓰고, 잘 나누지도 않고 혼자 낭비하는걸 즐기고, 결국엔 제가 사는 환경을 망치고 마는 인간들 읽으라고 자연이 작가님으로 현신해서 창작한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이럴 거면 왜 태어났는지 따지고도 싶지만, 따질 데가 없으니 혼자 결심을 다시 합니다. 지구는 인간들만 사는 곳이 아니니 쾅쾅, 꽥꽥, 시끄럽고 요란하게 굴지 말고 가능한 조심조심 살금살금 살다 가자.
덕분에 행복하게 만나 웃고 배우고 반성합니다. 감사합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우리집 꼬꼬맹이 어린이에게 책을 전했습니다. 어떤 감상을 들려줄지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