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평점 :
‘라스트’라는 말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멸종의 기준은 개체가 남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 번식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의 제목 ‘라스트’를, 단 한 마리를 구하는 일이 희망이라고 믿기로 한다.
동화이나 판타지가 아니다. 곰과 즉각적으로 친구가 된다거나 대화가 가능하거나 마법이나 기적을 행하지 않는다. 에이프릴은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가 깊고 조심스럽다. 인간이 어떤 태도로 지구상에서 살아가야하는지 참을성 있게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진지하기만 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낡은 나룻배와 폭풍우는 독자 누구나 긴장하고 염려하게 만들 극적이고 안타까운 모험이야기이다. 252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은 지구에게도 야생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빼놓지 않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다.
아주 오래 인간은 자연을 ‘보호하자’란 구호를 남발했다. 물론 그런다고 보호를 한 적은 없다. 좀 더 지나 모델로 적합한 몇몇 동물들을 빈번히 출현시켜 이들을 구하자고 했다. 물론 구해야 하고 애초에 위기에 빠트리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인간 자신이 제가 한 짓의 부메랑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무척 두렵고 충격적인 현실이지만 한편 나는 이제 각성과 실천이 바삐 될 거란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판데믹 3년 차에 깊어가는 것은 포기에 근접하는 회의(懷疑)다.
그래도 이런 얘기는 참 무례한 말이다. 내 고민과 절망보다 오래 노력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 않으려는 결심을 오래 전에 했는데 지금 다시 많이 우울하고 무력해서 몽땅 싸잡아 평하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말을 일단 했다. 마치 이 책의 화물선 선장 같은 생각이다.
“어린애 하나가 북극곰 한 마리 구하는 걸로는 턱도 없다.”
좀 더 기운이 나는 날에는 에이프릴처럼 생각하고 말했다.
“내가 뭐라도 할게. (...) 모든 사람이 지구를 위해 한 가지씩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에이프릴에게는 일에 파묻혀 사는 아빠만 있고 왜 엄마가 없는 걸까. 정말 쓸쓸하고 슬픈 설정이다. 어린이들이 천천히 크고 웃길 정도로 엉뚱하고 현실은 잘 모르고 그런 시간이 길기를 바라는 나는, 이해심 많고 생각이 깊은 어린이를 보면 서글프다.
기후위기가 원인이 된 판데믹 시절을 살다 바이러스에 확진되어 격리된 11살 - 5월에 11살이 된다 - 어린이에게, 11살 에이프릴이 야생 북극곰을 구하는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소설을 권했다. 마음이 무겁다. 부디 멋진 이야기라고 울림이 큰 위로라고 느낄 수 있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