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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프로페셔널 대통령을 원한다! - 향후 100년 대한민국의 청사진 K-콘클라베를 만들자
윤재갑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2월
평점 :
아무리 현실일리 없다는 생각을 해도 바뀌는 건 없다. 내가 가장 감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가 싶던 날들이 지나고 나니 주변이 더 깊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다. 서로의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은 참 부족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진 기분이다.
온통 감정적인 이야기들와 얼굴들을 마주한 뒤의 피로감으로 힘들어서 글자로 정리된 생각을 펴본다. 위로가 된다. 담담하고 차분하고 할 말을 정리해서 마무리한 책 한 권. 뇌의 한 부분은 여전히 부유하는 느낌을 붙들고 따라 읽어 보았다.
행정수반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해 한국인들이 기대하는 바는 아주 거대하다. 권력이 집중된 것도 맞지만 어릴 적부터 성적과 순위과 위계에 따른 권력 분배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어느 분야든 일등이 온갖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그래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심정적으로 복잡한 탓이지만, 그렇다면 좀 잘 뽑아야할 것이 아닌가 싶은 뾰족한 마음이 돋아난다. 어쨌든 이 책에서도 저자가 프로페셔널을 요구하는 분야들은 아주 많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콘클라베를 구상하자는 제안이니 당연하기도 하고, 사실 어느 하나 덜 중요한 분야는 없다. 그리고 어느 하나 좀 쉽게 해결되겠다 싶은 분야도 없다.
지금과 같은 교육(인지 입시체제인지) 구조에서 진학만을 위한 사교육 시장에 손 못 댄다. 점수로 자신을 평가하고 인정받는 일에 익숙해진 성장기를 거친 사람들이 어떤 세계관을 언제 배우고 고민한단 말인가.
2년 전 친척 조카가 무사히(?) 대학에 입학했다. 과기고 졸업생인데 장래 계획은 벌써 공무원이라고 한다. 공무원은 사회필수인력이다. 계속 공급되어야한다. 그런데 20대의 다수가 공무원이 꿈인 사회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어느 한 분야도 영향을 주고받지 않고 독립적인 곳은 없지만, 대한민국의 주택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산불로 대재난을 맞을 핵발전소보다 이미 점화된 폭탄이 주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디 내 망상이길 바랄 뿐이다. 역시 입시와의 연관을 차치하고 주택 자체만의 문제에 집중해본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거비용이 과한 고가 아파트 공화국인데 재료부터 시공까지 대부분 싸구려다. 새로 입주한 이들은 살아보기도 전에 미리 내부를 다 뜯어내고 공사를 새로 한다. 최초의 시공부터 입주와 입주민의 변화에 따른 낭비와 쓰레기 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형태의 반복을 소유자도, 세입자도, 사회도, 법도, 국가도 모두 태연하게 수용하고 허용한다. 이렇게 부지런히 고쳐도 저자가 지적한 듯이 한국 아파트의 수명은 평균 30년으로 예측된다. 물론 짓는 도중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경우도 몇 주 전에 있었다.
기억력이 짧아서 지금이 가장 끔찍한 시절인 것 같은데, 책을 읽다보니 기막히고 울화에 휘둘린 다른 일들도 상기된다. 제 나라 국민을 대량 살상하고 대통령이 된 범죄가, 집권 후에도 잔혹한 독재로 더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다치게 한 자. 훔친 돈으로 잘 살다 편안히 집에서 죽은 자. 밝혀진 범죄도 단죄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인가.
저자가 새 정부에서 개혁해야할 분야들과 내용들을 정리해두었다. 다음 정부의 행정에 대해 지금의 나는 어떤 짐작도 할 수 없다. 어쩌면 사라진 꿀벌처럼 지구가 생기고 가장 요란하게 고약하게 굴던 인간들도 사라질지 모른다. 그 세계가 비로소 아름답고 편안할 것 같아 몹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