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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에는 내일이 너무 가까워서 -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여섯 명의 청소년
문숙희 지음 / 동녘 / 2022년 2월
평점 :
인터뷰집을 읽을 기회란 의외로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읽은 책 중 바로 떠오르는 인터뷰 형식의 책은 단 두 권뿐이다. 기억력에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결과를 알 수 없었을 때도 알고 나서도 불안하기만 한 현실을 피해 읽어본다.
십 대의 나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당당하고 맹랑(孟浪)해서 멋진 청소년들이 여섯 명이다. 당연히 사회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준비 중인 사람들이라고 여긴 기성세대로서의 나를 꾸짖으며, 적어도 나보다는 적극적인 사회참여자인 이들의 예리하고 도발적인 삶과 글을 만난다.
1.상상과 현실을 모두 담아내는 세계 : 패션 디자이너 심수현
2.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 콘텐츠 크리에이터 김지우
3.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목소리 : 기후 활동가 윤현정
4. 가치 있는 일을 할 시간 : 플랫폼 프로듀서 최형빈
5. 자부심으로 먼저 걷는 길 : 종합격투기 선수 심유진
6. 후회 없이 나를 던질 용기 : 목조주택 빌더 이아진
오래 읽으며 현실을 잊고 싶었는데 훌훌 즐기며 다 읽어 버렸다. 이 책도 이들도 내가 뭐라 평할 자격도 능력도 없지만 뭐라도 써서 소개는 하고 싶으니... 나는 이들에게 반했고 부러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시간여행이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말들을 나누는 심정이 돌연 이해가 된다.
내게도 있었던 청소년기... 나도 이들처럼 막막하고 불안하지만 진지하고 치열하고 고민하고 몸을 계속 움직이며 살았다면... 흐릿한 기억을 헤치고 후회가 들어온다. 정보가 부족해서 선택이 어려웠다기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미치게 죽도록 즐겁게 신나게 하고 싶은 특별한 ‘그 일’이 없었다.
쓰다 보니 민망하다. 늦게라도 찾아서 제대로 살아 보니 좋다고, 모두들 하고 싶은 일을 끈질기게 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라고 응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나는 이 돌부리를 평생 치우지 못하고 매번 걸려 넘어질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는 안전한 거래의 대가이다.
여섯 명의 질문들이 귀하고 각자의 대답이 현명하다. 여전히 질문을 할 수 있고 계속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럽다. 두근거리는 일도 행복할 것 같아 설레던 일도 포기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 질문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어쨌든 법적 미성년자인 이들이 자신만의 힘으로 곧게 서서 하고자 하는 일을 굳세게 추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들에게는 간섭도 강요도 설득도 호통도 아닌 믿고 지지하고 지원하는 부모들이 어른들이 있다. 그러니 이 책은 편견과 겁이 많은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한다.
혹시 가능하다면 부모인 혹은 어른인 지친 당신에게도 꿈꾸고 도전하고 싶은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 샅샅이 찾아보길 바란다. 어려운 일은 용기를 내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 용기는 이 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시작이 어렵다면, 각 인터뷰 마지막장의 <나에게로 질문 옮겨오기>를 보시길. 질문들을 찾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내일이 너무 가까운 건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아닌가.
“용기를 내는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했던 이유를 생각해요. 이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고 있지?’ 싶다가도 지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떠올리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에 의미가 생겨요. 불안하고 힘들 때면 혼자 그 마음을 계속 들여다봐요. 그러면 이유를 알게 되고, 제 감정을 이해하게 되요. 잠깐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요. 멈춘다고 포기한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