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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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만난 놀라운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과 관련된 책이 있는 줄을 뒤늦게 알았다.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워낙 강렬해서 책은 어떨까 싶었는데, 철저한 취향을 감안해도 아주 깊은 울림이 있다. 심해다운 무게감으로, 문어만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들의 모습으로.

 

인간이 자랑하는 고등신경계, 지능이 높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어떤 상태일까. 신경세포가 아주 많고 연결이 활발하다는 뜻일 거라 이해하고 있다. 뇌전용뉴런이 있는 게 아니라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는 뇌, 척수, 심장, 위장에도 많다.

 

그러니 뇌의 무게와 크기로 지능을 비교하고 자랑하는 인간의 짓거리들은 모두 뇌가 없는 듯 무지한 짓이었다. 신경세포와 신경계로 판단하면 인간 이외의 고등신경생물들은 아주 많다. 환경과 수명 등 다른 이유로 인간과 다른 진화를 했을 뿐이다.

 

아름답고 강렬한 영상과 책을 읽고 내게서 만들어진 문장들이 참... 건조하기 짝이 없다. 신경계활동이 무척 저조한 듯. 문어숙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은 안 봤다고 하고 본 사람들은 문어 때문에 울 줄 몰랐다고 한 영상을 다시 권해본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생명을 식재료로 판다하는 사고를 벗어날 귀한 기회이다. 생명들 간의 교감이 무엇인지 말 한 마디 없이 절절하게 배울 수 있다. 문어와 인간은 소통이 가능한 사이다. 더 나아가 다른 많은 동물, 곤충, 나무, , 호수, , 바다, .... 과도 우리는 감정을 동화시킬 수 있고 그건 무척 자연스러운일이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은 젊은 암컷 참문어였다. 나는 몇 주일 동안 매일 그 굴을 찾아갔지만, 문어는 내 얼굴에 모래를 내뿜고 전복 껍데기를 방패로 삼아 자신을 보호했다. 몇 달이 지나자, 문어는 서서히 내가 전혀 위협적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어의 내부 야생 세계로 들어가도록 허락받았는데, 마치 오래된 자연의 문이 내게 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간에 대해서는 욕만 하고 자연을 찬양하는 그런 불편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니 안심하시길. 텍스트 정보가 많다 싶지도 않다. 영상과 책을 보나보면 문어나 다른 동물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나를 돌아보게 된다. 생명으로서의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가장 중요하고도 단순한 진실을 잃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섭취하는 식량은 모두 대지와 바다가 공급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아이라고 생각하고서 그들을 버렸다.”

 

언제쯤, 왜 나의 생명으로서의 감각은 퇴화되고... 기껏해야 잠시의 사실일 뿐인 인간 세상의 지식정보만을 배운 채로... 매일을 불안하고 의심하고 확신이 없이 사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된다. 가능하다면 다시 아름답고 나답고 생명력이 충분한 존재로 지금, 여기를 완전하게 만끽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자연의 거대한 마음은 미래 따위는 안중에 없이 매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를 살아간다고 느낀다.”

 

문어, 오징어, 전복, 말미잘, 해파리, 군소, 상어, 삿갓조개, 보라고둥, 염통성게, 부표따개비, 매가오리, 해초들... 그리고 초기 인류.

 

내가 오래 믿었던 진심은 힘이 세다는 것은 인간사회의 얘기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열심히 상상해보았다. 자신을 계속 찾아오는 인간에 대해 문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 인간을 신뢰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의 문어를... 자꾸 문어 선생님께로 돌아간다.

 

문어 선생님은 내게 시포리스트의 동물처럼 움직이는 법을 보여주었다. 내가 물에 일으키는 압력파는 아주 작아야 했고, 몸의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켜야 했다. 물을 튀기거나 빠른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았고, 정적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물속에서 오랫동안 움직이는 법을 터득하고 나자, 숲의 동물들과 나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상당히 많은 동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내게 다가왔고, 심지어 신체적 접촉까지 시도했다. 산족 스승들이 이러한 접촉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동물과 그 동물이 접촉하기로 마음먹은 사람 사이에 특별한 유대가 생겨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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