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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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장보다가 오랜 친구의 별세 소식을 들었던 나는 마트에서 울었다는 제목에 내용을 모른 채로도 상처가 벌어지는 듯했다프리뷰어나 가제본은 읽지 않겠다는 다짐은 이번에도 깨지고 두렵지만 얼른 알고 싶었다지난 주 퇴근길에 허기진 속으로 읽었는데 여러 달갑지 않은 일들에 지쳐 글을 남길 여력이 없었다.

 

지극히 사소한 실패에 상당히 좌절하는 성격이다저자의 이력과 작품의 배경을 조금 알고 난 뒤 H마트의 H가 한인인가 했다가... (그럼 마트였겠지...) ‘한아름의 H라는 것에 조용히 좌절했다.

 

정말 미국인인가 싶게 어쨌든 한국인인 나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음식과 정서를 묘사하는 맛있는 글이다분량 상 간신히 맛만 보았다얼른 마저 읽어야 해서 주문을 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내겐 울 수 있는 장소는 없고 시간만 있다.

 

울면서도 마트 안 사람들의 사연을 다 짐작하듯 관찰한 사람이라 참 흥미롭고같은 문화권에 살며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도 부모님 속을 잘 헤아리기 어려운데 미국청소년답게(?) 살면서도 음식에 담긴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저렇게 잘 알아봤을까 부럽기도 하다.

 

저자가 끝없이 소환하는 한국음식 종류들과 간식들을 읽으며 나는 한국에 살면서도 이보다 더 못 먹고 살았나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력 탓일 터억울하기도 하고엄마를 좋아해서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며 날마다 병원에서 밤을 지새운 일에 대해서도 묘연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이란 문장이 구체적인 현실과 실존인물이 되어 책에 담긴 것 같다정서적으로 잠겨 볼까 했던 내 야망과 계획은 다 사라지고자꾸만 앞 장으로 돌아가서 한국음식과 간식 이름만 줄줄 적고 있다이런 필사는 처음이다.

 

몽환적인 슈게이징 스타일 음악이 무엇인지 몰라서, 1집 제목이 <저승사자Psychopomp>라서 음악을 찾아듣게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눈물도 사랑도 기쁨도 즐거움도 그리움도 슬픔도 부당한 분노도 남김없이 숨김없이 펼치는 문장들을 읽다 보니 음악이 궁금해졌다.

 

언젠가의 한국 공연 소식을 상상해본다티켓을 책에 끼워 넣고서 설레며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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