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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리스너 1
쥬드 프라이데이 지음 / 므큐 / 2022년 2월
평점 :
과거의 투덜거림과 불만을 돌아보고 그 시절이 조금이라도 덜 절박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비참하다. 엔데믹 이야기가 들려오기 무섭게 전쟁이다. 전시의 우크라이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전쟁을 미리 막을 방법은 없었던 건가.
사적인 삶의 영역이나 관계에서도 참 남의 말 안 듣는다 싶은 이들은 많다. 듣고 싶은 말만 들리고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판단에 필요한 정보만 취합하는 것이 인간의 뇌라지만, 인간의 목표가 ‘본능에 가장 충실한 생긴 대로 사는 것이었던 적도 없었다(고 나는 믿었다).
누구도 내 일처럼은 남을 돕지 (않거나) 못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외교를 어떻게 해왔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토록 모르쇠라니. 참 냉담하고 버겁고 복잡하고 힘들고 지치는 사회다. 일의 효율은 끈질기게 붙잡고 있어도 하루 종일 최저였다. 깨어 있는데 수면 상태인 것도 같다.
제대로 된 어른이 못 되어 단단한 정신력이 없다. 몹시 우울하다. 타인을 다독이고 힘차게 응원하는 대신 제 기분을 달랠 방법이 더 절실하다. 어른이 되어도 ‘다 알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이 체력만 빠진다. 어째서 사람들은 태연하게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강요된 역할이 있어 의연한 척 견뎌야 하는 시간이 매일 돌아오고, 속이 병드니 경계에 서 있는 것도 걷는 일도 수월하지 않다. 모두가 적당한 조언을 챙기며 나누는 현실의 절충안을 받아들이다 보면 내버려 두고 싶은 일들만 많아진다.
망설이는 존재도 아름답다고 하는, 하지만 치료하려고 하지는 않는, 다정한 작가의 책을 하루 종일 안정제처럼 곁에 두었다. 요란하게 제 말만 내지르고 남의 말을 듣기에 인색한 이들이 망치는 세상을 애도하며.. 아니... 나 먼저 살아보자고 수채화 같은 책을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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