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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평점 :
EPISODE 3
잘 도착해서 좋은데, 읽기 전부터 울 것만 같았다. 간절한 것들은 모두 기적처럼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으니까.
“시게미는 기적적으로 소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에 연결된 산소도 온전히 가슴으로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시타는 시게미를 부축해 수영복으로 갈아입혔다.”
아버지를 오래 간병한 내 친구의 경험과 결심을 따라 나는 20대부터 유서도 쓰고, 장기이식에 관한 서명과 등록도 해두고, 연명의료에 대해서도 사전의향서를 작성해두었다. 시게미씨도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겪고 이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시게미씨는 수영복을 갈아입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과 주변의 일이 아니면 상상력조차 지극히 제한되는 지라, 나는 휠체어를 탄 채 바다로 향하는 문장을 만나 무척 놀랐다.
마유카가 엄마 곁으로 달려오더니 뿌듯한 얼굴로 소라게를 보여줬다. “엄마, 이거 봐.”
시게미가 마유카의 머리에 손을 얹어보며 말했다. “마유카, 물 자주 마셔야 돼.”
“응.” 마유카는 페트병에 잠깐 입을 대고는 다시 바다로 뛰어갔다.
“이거 봐—”
이 장면이 사랑스럽고 슬퍼서 아팠다. 마유카는 엄마와 바다에 온 것이 기쁘고, 엄마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고, 엄마가 건네는 물 자주 마시라는 말이... 엄마만 건넬 법한 말이라 너무나 슬프다. 이 순간을 위해 기적처럼 버티었구나 싶다.
조금 전까지 씩씩하게 굴던 시게미의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저 애를 남겨두고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어야만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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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여기서 임종을 맞을 것이다. 교토로 돌아간다면 차 안에서 숨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어쩌죠?”
그때 걱정스러워하는 어른들 틈에서 내내 지켜보기만 하던 마유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 (...) 순간 갈팡질팡하던 모든 사람의 마음이 정해졌다.
가족과 한 모든 약속을 지킨 시게미씨, 그렇게 할 수 있게 각자의 최선으로 도운 사람들... 사는 일도 죽는 일도 이 정도의 존중과 배려는 누구나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기가 왜 어려울까. 태어나는 일과 죽는 일만큼 인류에게 큰 사건들이 더 있을까.
누군들 병실에서 죽어가길 원할까...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과 권위로 환자를 설득하려거나 야단치려거나 하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권하는 것은 의도가 무엇이건 옳은 일이 아니다. 때론 상대가 안타까운 결정을 한다고 믿더라도.
이야기 하나가 끝났고, 한 명의 삶이 끝났다.
살아 있는 지금... 내 시간을 좀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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