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 - 그런 당신을 위한 블로그라는 세계
김슬기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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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내향적이지만이 아니라 내향적이어서’ 할 말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13년째 블로그에서 글을 발행’ - 나는 한 번도 글을 발행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새삼 놀랐다 하며벌써 세 권의 책을 출간하셨으니 내 짐작이 맞을 것도 같다.

 

MBTI를 신뢰할 이유가 없어 안 하고 있다가 응하고 싶은 설문조사가 있어 했더니 ESTJ인가가 나왔다. E가 나온 것이니 나는 내향형이 아니란 뜻인데본문의 내용을 읽다 보면 응이러면 내향형인가나도하고 자주 멈췄다.

 

예를 들어 말보다 글이 편한 것 물론 글쓰기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또 다른 문제이긴 하나 이나전화가 달갑지 않은 것 아주 오래 전 유선전화 때에도 그랬다아무 때나 발신인 마음대로 타인의 시공간을 침입할 수 있는 이 물건은 무엇인가이런 기분 은 동감이다자동응답기를 사용해서 꼭 할 말이 있는 경우 남기시오란 메시지를 녹음하고 얼마나 기뻤던지.

 

블로그를 오래 하셨으니 비대면 랜선 의사소통에 대해서도 전문가이실 듯하다나는... 계획도 없고 의도도 없는 블로그를 하다 보니 해탈한 도인처럼 흘러가는 대로 편안하게 드나든다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아무리 회고해봐도 어쩌다 이렇게 운이 좋은지 싶은 일들이 가득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멋진 분들을 만났다덕분에 웅크리고 싶을 때도 마음이 쭈욱 펴지는 일도 많았다한국인은 세계 최고란 나찌적인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아 거듭 놀란다덕분에 사춘기에도 안 한 시기와 질투를 만끽할 때도 있다그러나 더 기쁜 것은 그런 분들과의 소통이다.

 

소통을 하자고 한 이들과는 소통이 이뤄진 적이 없고언제 처음 우리가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나는 분들과만 소통을 하고 있다한동안 말을 걸어 주셨는데 쭈뼛대다가 혹은 문해력이 떨어져서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글을 교환해본 분들도 계시다위로와 격려는 넘치게 받는 행운은 매일 충전되는 과분한 비대면 관계들이 그곳에 존재한다.

 

학창시절에 새 학기 목표 등등을 발표시킬 때 나는 항상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잘 모르겠고누구를 친구라고 해야 하는지반친구와 반은 달라도 오랜 친구는 뭐가 다른지단짝이란 어떻게 되는지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고민은 다 친구지!”하는 호탕한 반 친구의 확신에 찬 말로 일단락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구사귀는 비법 같은 건 모르겠다그래서 누군가의 말을고민을 오래진지하게공감하며 들어주는 사람들이 눈부시고 존경스럽다.

 

현실에서는 그런 상대가 점점 더 적어지고서로를 들여다보듯 잘 아는 상대도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가 내 말을 들어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해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시키기란 참 고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어리광을 부리거나 징징거리는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비대면의 거리만큼 딱필요한 일을 하라는 담당하지만 적확한 충고들을 받게 된다저자는 돈 안 되는 일에 진심이라고 하지만 읽다 보면 글 쓰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라 느낀다.

 

업무에 꼭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 별 생각 없이 계정을 만들어둔 인스타는 이미지와 영상이 주가 되는 플랫폼이(라고 느낀)글자 수 제한이 있는 곳에 하고 싶은 글을 쓰는 일은 별로다그래서 나는 트위터도 안 하나 싶다물론 사색이 부족해서 늘어지는 분량만 많은 글을 쓰는 탓도 클 터.

 

집중력이 부족한 지본질적으로 우연과 기연이율배반을 좋아해서 그 영향인지인스타 역시 업무보다 수많은 옆길들로 들락거리는 용도가 늘어났다가장 재밌는 활동(?)은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해외 저자들이나 예술가들과 수다(?) 떠는 것이다그런 용도에는 인스타가 최적!

 

최초의 목적과는 관련이 없는 공간이 되었지만 블로그는 아주 오래 열어둘 것 같다일단 시야가 시원하고글자 제한이 없고차곡차곡 쌓이는 제법 규모가 있는 서재나 창고 같아서 좋다안정감이 느껴지는 공간이다그리고 이웃들의 흔적들이 귀하다다 기억을 못 해도 그 모든 순간들이 기록이 되어 남은 공동체 마을 같기도 하다.

 

저자의 책 덕분에 나의 랜선 생활에 대한 수다를 엄청 떨었다여전히 의문은 남는다그래서 저자처럼 할 말이 적지 않는 나는 MBTI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내향형인건가내 수다와 가공만 하는 글쓰기는 차치하고 멋진 글을 쓰시는 이웃님들에게 여전한 응원을 보낸다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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