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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우리나라 서울 여행지도 - 서울 지리/역사/문화를 이해하고 여행에 도움되는 지도, 2022-2023 개정판 ㅣ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교과서 중에 가장 좋아했던 건 사회과부도였습니다. 지도를 좋아했으니까요. 학년이 달라져도 똑같은 지도들이 반복되기도 했지만, 교실에 갇혀 세계의 지도를 보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지구본도 좋아했고, 전도도 좋아했습니다. 그래도 벽에 붙이는 일만은 안 했는데 유학 가서 침대 머리 쪽에 한반도 지도를 붙이는 감상(?)에 잠시 휘둘리기는 했습니다.
알아야 보이는 것은 책만이 아니라 지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익히는 것처럼 지도 용어들을 배우며 즐겼던 것 같습니다. 지도는 ‘읽는’ 것이거든요.
어떤 책이건 줄을 긋거나 접거나 하지는 않는 버릇이 있었지만 지도에는 인덱스를 많이 붙였다 떼었다 했습니다.
게임도 좋아했습니다. 도시국가들도 국가 명으로 인정해야하나 꽤 논쟁이 활발했던 시절 기억도 납니다. 그립네요.
지도는 참 흔한 물건이 되었고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고 심지어 공짜로 나눠주는 경우도 있지만, 한 때는 국가 기밀이었습니다. 개인이 허락 없이 소지하다 발각되면 첩자의 혐의를 피하기 어려웠으며 중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엔 어떻게 지형을 그리는지가 우주의 신비만큼 신기했습니다. 측량과 척도가 암호처럼 대단해 보였습니다. 고공관찰이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는데…….
지도를 여러 개 보기도 했지만 한동안 실물지도, 종이지도를 잊고 살다 만난 이 지도책은 정말 대단합니다. 구성도 품질도 정보의 촘촘함도 멋집니다. 바스락 소리가 나는 지도를 짚어가며 오랜만에 즐거운 읽기와 상상을 겹쳐 봅니다.
집과 동네를 조금 알던 시절에 계시던 분들도 그립고, 창경원이 있던 시절의 외출도 떠오르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골목들과 집들도, 저녁 식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낮게 퍼지던 음식 냄새도 지도 속에서 찾습니다.
이 스티커들을 저는 지도 위에 붙이게 될까요. 한참을 보다보니 다 귀찮고 집에 웅크리고 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덕분에 가고 싶던 전시회를 예약하고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다시 상상해봅니다. 지도 없이도 갈 수 있는 곳들이지만 지도 위로 먼저 걸어봅니다.
언젠가는 이 지도에 표시된 여러 곳들을 마스크 없이도 다닐 수 있겠지요. 그런 날이 오면 그날부터 방문한 특별하고 중요한 곳들에 색색의 스티커들을 살짝 붙여봐야겠습니다. 첫 방문인 곳도 이번 생에 마지막 방문인 곳들도 있겠지요.
지도란 여전히 설레고 멋진 기호이자 그림이자 텍스트네요. 참 즐거웠습니다.
http://piknic.kr/
영화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
사진 전시회,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오는 시기의 작품들을 이어 보고 싶다면,
창을 좋아한다면,
물방울, 빗방울이 맺히고 흐르고 흐려진 창의 풍경을 좋아한다면,
사진으로 찍은 창을 보는 게 즐거운 분들은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아주 좋아서 오래 머물다 영화까지 보고 오고 싶었습니다.
http://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Id=202101190001360
박수근 화가나 작품에 큰 관심은 없는데, 박완서 작가의 시선으로 구성된 방이 있다고 해서 홀린 듯 가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애정이 부족했는지, 평생 빨래는 한 번도 안 하고 빨래하는 사람만 그렸겠지, 아기 없어 달래며 고단한 매일을 보낸 적 없이 아기 업은 소년만 그렸겠지, 나른하게 고양이와 책 곁에서 내키면 그림을 그리고 살았겠다, 그런 생각만 보글보글…….
판데믹 명절이라 덜하긴 하지만, 명절마다 고단하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니 상해있던 마음이 더 빈정이 상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