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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한국 의료의 혁신가들 - KBS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 특별기획
전흥렬 지음 / 넥서스BOOKS / 2021년 11월
평점 :
전염병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행히 의학에 의지할 수 있어 엉뚱한 미신적 원인에 사로잡히거나 패닉에 빠지는 일이 없이 견디고 있습니다. 대충 알던 의학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의학정보들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설마 2년이나 가겠어, 란 낙관을 누르고 이제 3년에 접어들었습니다. 확진자 수만 보자면 더 암울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 한편 다행이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 방송을 1월에 보고 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힘이 나지 않던 시기에 차분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1. [방송 하이라이트+미방분] 이것이 K만성질환관리의 핵심이다, 광명시 고당(고혈압ㆍ당뇨병)센터가 만든 기적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_한국의료의 혁신가들]
https://www.youtube.com/watch?v=d2ncEiLusmU
2. [방송 하이라이트+미방분] 세계 최다 위암수술, 사망률 0.3%! 위암 수술의 혁신을 이끈 노성훈 교수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_한국의료의 혁신가들] (KBS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Knf0t17DGlE
3. 가슴을 열지 않는 심장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최초로 입증한 박승정 교수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_한국의료의 혁신가들]
https://www.youtube.com/watch?v=T29QfxPkJaM
4. 2021 노벨상 후보! 세계 최초 유행성 출혈열 백신 개발, K-바이러스 연구의 아버지 이호왕 박사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_한국의료의 혁신가들]
https://www.youtube.com/watch?v=VneWbKhnNGg
이호왕 박사가 1976년에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명명하고 백신까지 개발한 것도 배우고 바이러스와 감염병 연구에 있어 우리나라의 기분과 연구자들의 규모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마법지팡이가 없는 한 유일한 대비책은 방역 체계를 확립하고 질병 연구를 계속하는 것 밖에 없겠지요.
방송과 책에는 가족들을 진료해주고 시술해준 분들이 계십니다. 시간이 꽤 지나 잊고 지냈는데 덕분에 당시의 심정과 감사를 떠올려봅니다. 환자와 보호자인 제 가족이 이렇게 오래 진료를 보셔도 되는 건가 주치의를 염려할 만큼 아주 친절하고 성실하게 설명하고 답해 주신 점이 지금에도 감사한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모든 환자에게 그러셨을 거라 생각하니 자신의 일을 열심히 잘 하면서도 타인에게 여전히 친절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는, 어쩌면 닮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쁜 생각을 해봅니다.
질환 중에는 시간이 걸려도 고통이 덜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예후와 회복에 좋은 종류도 있고, 시간이 생존과 직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따른 전문의들의 고민이 자세하고 구체적이고 불만이 아니라 의료 혁신을 위해 사회적으로 어떻게 준비가 확장되어야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참 좋습니다. 나쁜 의사 골라 처벌하는 기사들에 신물이 난 것이 오래전입니다.
한 사람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뛰어다니고 애쓰는지, 얼마나 촘촘한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한지를 배우며 생명의 무게, 살리는 일, 살아가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여러 복잡한 고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기본은 살고 싶어 하는, 낫고 싶어 하는, 치료하면 살 수 있는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겠지요.
가능한 쾌적하고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의 욕구를 모조리 무시하자는 의견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들에서 고심하고 변화를 이뤄내는 분들의 바람처럼 저도 공공 의료 체계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장 먼저 바랍니다.
민간 병원에서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은 당연히 정부의 역할입니다. 기쁘게도 닥터헬기 확충과 야간운행, 뇌졸중 특화 응급 이송 시스템 개발, 전문 치료실의 전국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다른 문제처럼 부디 유의미한 예산 확보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누구의 희생도 담보되지 않는, 요구하지 않는, 당연시되지 않아야 하지만, 모든 과정에서 정확히 업무의 양과 강도를 계산해낼 수는 없겠지요. 무언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면 그 과정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 헌신, 포기하지 않았던 노력, 업무와 의무 이상으로 애쓴 이들의 의지와 정확한 현실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 싸움이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 많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겨야 했는데, 그 결정이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 순간 ‘이것이 과연 타당한 결정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교육, 돌봄, 민생과 관련한 문제들이 점차 누적되고 있어서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 ‘코로나 우울’ 등 심리적인 문제가 늘어났고, 자영업, 소상공인 등 민생 경제에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누적되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듣는 것이 제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감염병 위기는 건강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 안전과 국가 안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감염병 위기는 보건 분야에서 노력한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회 분야별로 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해야 합니다. (...)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과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식량이나 물 부족 사태처럼 백신도 자국민 우선입니다. 따라서 백신 주권을 확보해야만 유사시에 우리 국민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에 얻었습니다.”
문제도 대책도 다양하고 유기적입니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결국엔 과로와 희생이 없는 의료체계 구축에 실질적인 제안들과, 예산 편성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믿습니다. 사회안전망의 가장 중요한 얼개 중의 하나이지요.
가족 친지 중 의료인들이 여럿이라 마음을 많이 졸이며 지내는 판데믹 시절입니다. 혁신이 필요한 시절에 귀한 제안들을 담아 주신 책이라 감사히 읽었습니다. 모두들 내내 무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