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전하는 삶의 철학
찰스 핸디 지음, 강주헌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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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21 Letters on Life and it's Challenges>이며 각각의 주제들에 따른 삶의 철학이다손주는 없지만 대단한 뭔가를 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고 뭘 많이 안 하고 살고 싶다는 점에서 그런 점에서 나는 저자보다 훨씬 더 고령의 태도를 지녔을 것이다.

 

기록으로 알아볼 수 있는 인류 문명사를 보면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가도 볼 수 있지만 어떻게 변하지 않()았는 지도 알 수 있다.

 

상상력을 가진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인간의 특징으로 인간은 외부 세계를 변화시키고 제가 만든 새 것들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뇌의 진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인간이 주체인 지라 어쩌면 문명의 형태만 달리할 뿐 늘 유사한 문제들로 고민하고 사는 것만이 유구한 본질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야 하지만 삶은 되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된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마침 새해인데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보는지가 궁금하다기대와 기회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설렐까아니면 나처럼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가능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느낄까혹은 다른 의미일까.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에 따라 삶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도 대답들도 모두 달라질 것이다하지만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미래는 반드시 낙관적이라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가능한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수밖에.

 

체력도 상상력도 부족한 나는 종종 노력이 애쓰는 일이 다 의미 없다싶은 어리석음 생각을 하지만저자인 찰스 핸디는 세상이 삶이 어떻다고 하는 모든 전제 하에서도다시 묻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막을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변화들 매일 일어나 무언가를 하고 가치와 의미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읽은 내용들 중 일부를 소개해본다전적으로 오독일 가능성과 부끄러움을 안고물론 질문과 대답으로 직진하고 나열하는 지루한 구성은 전혀 아니다자주 질문 자체를 잊고 크게 웃어버린 위트 가득한 내용들을 많이 만났다사회철학자의 시선과 농담들이니 아주 재미있을 수밖에!

 

기술은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다물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문제는 우리 삶이 실제로 바뀔 때까지 기술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대학교 전체에 설치(!)되었을 때 학과 교수님 한 분이 학과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수업 진도와 성적 등등 중요한 의사소통을 그곳에서만 하겠다고너희 모두는 가능한 빨리 배워야 한다고 하셨다.

 

그대로 인용하자면, “바보도 사용할 수 있게 윈도우가 발명되었으니 그림만 알아볼 줄 알면 된다고.” 그때 우리가 사용하던 컴퓨터는 286이었다그로부터 30년 시절을 살아온 나로서는 인터넷이 바꾼 세상의 모습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저가 항공사는 알고리즘을 통해 좌석 선택을 위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지 않은 가족을 뿔뿔히 흩어놓을 수 있다미국 법정은 알고리즘으로 형량을 결정한다일부 변호사가 알고리즘에 인종 편견의 흔적이 발견된다고 주장하지만알고리즘을 만드는 전문가들과 기업들은 지적 재산권을 운운하며 자신들이 사용하는 공식을 공개하길 거부한다.”

 

포털과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계약서에 동의한 것이다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의 거의 모든 정보가 프로그램을 개발한 본사로 전송된다는 것그들의 빅데이터 장사에 이용된다는 것로그아웃 시 쿠키까지 모두 삭제되도록 설정은 해두었지만알고리즘은 막을 수도 처벌할 수 없는 스토커처럼 따라 다닌다.

 

인간의 역할은 3C- 창작가Creatives, 간병인Carers, 관리인Custodians - 에 국한될 것이란 예측이 있다.”

 

이 역할의 시대가 오기 전에 퇴직을과학기술과 산업 활용도가 바꿔가는 세상의 변모를 보다보면 지구 자전을 보고 있는 듯 어지럽다그야말로 숨 가쁘게 예측이 어렵게 변하는 중이다저자도 지적했듯이 자세히도 정확히도 알 수 없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니이해를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인간을 최대한 이해해보는 일일까해부학적인 지식은 아닐 터이니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이 일단 내게는 시행 가능한 영역이라 조금 안도한다. ‘문학과 역사를 읽어라.’ 알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성급하게 유용/무용을 따지려는 생각을 급히 멈춰본다.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공감하는 법삶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법 (...)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정치적 격변이 있었지만인간이 처한 그러한 상황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그런 격변 자체가 인간이고또 그들의 작품이 되었다.”

 

군더더기 같은 내 생각 때문에 분량만 늘어난다윈스턴 처칠이라는 정치사상가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된 최초의 문장이 소개되어 반갑게 기록해본다.

 

우리는 얻은 것으로 생계를 꾸리고주는 것으로 삶을 만들어간다.”


 

내게는 편안하고 당연한 내용들이 많지만그건 내 세대라서 일 지도 모르겠다아무리 시절이 암울해도 빛나는 생명력과 젊음으로 아름다운 10-30대 독자들의 감상이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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