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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안녕달님의 그림책! 여러 해 팬이라 계절감이 가득한 이전 그림책들도 모두 반갑게 떠오른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적 함께 읽는 즐거운 추억과 함께.
이번엔 그리운 시절에만 남은 듯한 포근하고 그리운 겨울의 풍경이다. 눈사람이라고만 부르고 한 번도 눈아이라고는 불러볼 생각을 못했다. 아이라고 하니 어찌나 애틋한 지...
어릴 적 털장갑을 뚫고 스며든 눈 녹은 물에 손이 저릿저릿 아파왔다. 그래도 눈덩이가 점점 통통하게 커지는 것이 재밌고 좋았다. 온 몸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눈사람을 만들고 나면 친구가 된 듯 반갑고 행복했다.
눈아이가 움직이고 말하고 눈물까지 흘린다. 혼자 노는 아이의 쓸쓸한 시간이 덕분에 통통해지고 밝아진다. 단어들이 얼마나 예쁜지 차가운 눈덩이도 눈빵이라 불리니 군침이 돈다.
눈아이가 오래 살아남도록 녹일 일 없는 추위가 한동안 계속되었으면 했지만... 어릴 적 우리의 눈사람도 눈아이도 그렇게 녹아 스러져갈 존재라서, 그 유일함이 사라짐이 더 귀하고 깊고 진한 애정과 순전한 그리움을 경험하게 해준다.
울고 싶지 않아서 이건 그냥 두 줄 선일 뿐이야... 라고 참아 보려 했는데 차라리 담담한 친구임을 확인하는 이별의 대화에 마음이 쓰리게 녹아내린다. 우리 모두에게도 어릴 적 떨어지는 것이 무섭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중한 사람들, 마음 꽉 찬 사랑만을 주고받던 그리운 분들이 계셨으니...
물이 되고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었다 비로 내리고 눈이 되어 다시 날아들겠지만, 그 때 그 눈아이는 사라진 걸까. 다시는 못 만나는 걸까. 이런 이별을 겪어야 우리는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걸까.
내게 귀한 소중한 사람들의 부재를 나는 얼마나 오래 잊지 않았는지 찾아 다녔는지 믿고 기다렸는지 얼굴에도 마음에도 눈물이 흐르는 시간을 선물해 준 그림책이다. 감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