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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평점 :
감사한 선물을 받아
일상으로 냉랭해지는 마음으로도
시인의 에세이를 다시 펼쳐 볼 수 있었다.
잊지 못할 기억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도
손에 닿은 눈처럼 허물어지다
등을 대고 누워 잠들고 나면
비워지고 잊히는 직전의 삶...
쏜살보다 빨라진 남은 삶의 시간...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기억으로 점철된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든 자신의 인생, 지난날들을 차근히 한번 뒤돌아보시라.
과연 무엇이 남았다 하는가? (...)
흐릿한 대로 아련한 기억과
기억을 따라다니는 느낌과 소리와 빛깔의 자취만이
그 주변을 맴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생은 기억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외할머니의 등은 넓고 아늑하고 한없이 푸근했다.
외할머니의 등에 업히기만 하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졌고 걱정이 멀어졌다.
외할머니의 등이 나의 세상이었고 놀이터였고 잠의 터전이었다.”
“기억은 마치 화산과 같다.
살아 있는 기억이 있고
쉬고 있는 기억이 있고
죽어버린 기억도 있다.”
기막힌 생존의 여정을 되짚어보면
대하소설 100편씩 나올 듯한 시절을 살아 낸 연배의 분에게
말갛고 보드라운 정서가 가득한 것이 신기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할머니가 주신
전쟁도 침범 못할 망가뜨리지 못할 사랑을 받으셔서 그러신 듯.
세상이 어떻든 두 팔 가득한 사랑과 보호...
사라지고 싶다,
잊어버리고 싶다,
하시는데...
오래 곁에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