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고백 - 여자도 사람이외다 이다의 이유 3
나혜석 지음, 조일동 옮김 / 이다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나혜석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으신가요화가언론인문인이자 1896~1948년의 시기를 못 본 척안 들리는 척말 못하는 척글 못 쓰는 척 하지 않고 살아간 여성이기도 합니다저로서는 일대기와 글모음을 한 번에 만나 보는 일은 처음입니다이제까지는 작품이나 글 소개에 달린 인물 설명 정도만 읽었습니다.

 

군수였던 개화 관료인 아버지와 오빠의 권유와 지원으로 나혜석은 고등학교를 우등 졸업하고 일본유학을 갑니다지금도 비동시성이 한 가득인데 당시에 시대와 얼마나 불화하게 될 지는 이미 집안과 교육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게 병이라는 참 나쁘고 슬픈 속담처럼 내가 바라는 것이 사회와 불화하는 힘겨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요.

 

유학 시절부터 문인으로 글을 발표하고귀국 후 단편소설들을 발표하고만세운동 자금 모금과 확산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아버지가 사망하고 애인도 사망하고 자신은 옥고를 치르기도 합니다.

 

1920년 오빠의 권유로 사귄 김우영과 결혼하고임신한 몸으로 21년에 유화개인전람회를 엽니다. 4월 출산 후 7월에 다시 글을 발표합니다만주로 이주한 후에는 여자 야학을 설립하기 위해 애쓰고미술작품에 출품에 입선을 합니다글과 그림을 발표하고 입선하는 활동은 놀랍게도 연이어 계속 이어집니다.

 

1927년 6월 남편과 함께 한 구미 여행길에서모스크바파리로스위스벨기에네덜란드 등을 여행하고남편은 법률 공부를 위해 베를린으로나혜석은 그림 공부를 위해 파리로 갑니다그곳에서 최린을 만나 연애를 합니다귀국 후 다시 전시회를 하고 연애 소문으로 인해 관계가 악화되어 이혼을 합니다.

 

이후 출품한 작품이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화재로 출품 예정인 그림들이 불에 타서 사라지고여자미술학사를 열어 운영하지만결혼과 이혼에 관한 글을 발표한 후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고 냉대 받고 결국엔 소외됩니다정확한 행적은 남지 않았지만 죽음의 풍경은 지독하게 쓸쓸합니다.

 

나도 사람이다 -노예도 사람이다흑인도 사람이다여자도 사람이다 등등 의 대가는 동서고금 목숨을 건 사실 인정 투쟁이자 금기에의 도전이었습니다후대에 태어난 이점으로 인해 저는 이 모든 선언들이 기막히고 서글프지만노예흑인여자는 사람이고 다른 소수자들은 짐승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요그럼에도 자유와 평등은 점점 확대되어 왔고 그러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자기 내심의 자기도 모르는 정말 자기를 가지고 있습니다보이지도 알지도 못하는 자기를 찾아내는 것이 사람 일생의 일거리입니다.”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 자손들을 무엇을 주어 살리잔 말이오우리가 비난을 받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잔 말이오?”

 

1920년대에 쓴 글이지만내용은 현재도 통상적인 여성의 경험을 담았습니다어머니가 되는 과정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삶의 단절사회에서 가정으로 축소되는 여성의 현실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이혼 과정에서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관념현모양처를 제외하고는 고립시키는 가정과 사회... 지금이라면 비난은 덜했을까요.

 

나는 자기를 천박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동시에 타인을 원망하기 전에 자기를 반성하고 싶습니다자기 내심에 천박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알고 고치는 사람은 인류의 보물이외다.”

 

영민하고 예민한 사람이니 글을 쓰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그래도 기록해야했지요가정이 사회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글로 써서 스스로에게는 들려줘야 하니까요상처와 저항의 기록입니다그리고 그 뜻이 남아 21세기에 독자들을 만납니다.

 

우리 조선 여자는 너무 오랫동안 자기에 대한 제일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아왔습니다즉 나도 다른 사람과 같이 생명이 있다.’ 하는 것을 억제하고 왔습니다가만히 앉아서 제 숨소리를 들어보시오. ‘여자도 사람이다.’ 하는 자부심이 이상스럽게 전신에 흐르리다이렇게 여자의 눈이 뜨일 동시에 지금까지의 자기가 불행했고 불쌍했던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와 2022년 세계 곳곳의 여성들의 자리가 그리 멀리 떨어진 것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당선을 위해 이대남을 잡았네 놓쳤네 하는 말들이 들려오는 지금은 더 그렇습니다.

 

다만 사람의 탈을 썼고여성으로 태어났으며사랑으로 살아갈 도리만 찾을 뿐이외다. (...) 사상적 방황이란 그다지 못된 일이오니까방황해야만 할 때 방황하지 말라는 것은 못된 일이 아니오니까그다지 조바심을 하여 걱정할 것이야 무엇 있으리까방황도 아니 하고 고정부터 하면 그것은 무엇일까요화석의 그림자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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