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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울증을 검색한 나에게 -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한 권으로 보는 우울증의 모든 것 ㅣ 손바닥 마음 클리닉 1
김한준.오진승.이재병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1월
평점 :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어렵고 치료하고자 기다려도 환자가 오지 않아 안타까운 병이 무엇일까요. 인식에 관해서는 격세지감에 가까운 변화가 있었던 신경정신과 질환들입니다.
‘라떼는’을 너무 자주 쓰는 듯한데, 십 몇 년 전까지도 국가기관 관련 일 - 공무원이나 계약, 협업 - 을 하는 담당자의 경우에는 치료 자체를 알음알음 몰래 기록에 남지 않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엄밀히 말하면 불법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나마 의료면허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인지 수준이 그러니 당연히 보험 등의 제도도 미흡했겠지요. 상담을 받고 울기만 하고 나와서 계산할 때 새로운 분노가 치민다는 분들의 이야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치료에 있어서는 난처한 상황들이었습니다.
“자살 생각에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고 싶지 않다'라는 소극적인 소망도 포함됩니다.” 25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 비해 정신건강에 대해 상담을 받는 비율이나 평생 유병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47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것은 이제는 전문의들이 어떻게든 의식을 바꾸고 병원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여러 방식으로 눈에 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여러 가지 답답했으면, 바쁜 중에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도 하고, 책도 내고 할까요. 일의 양을 잠시 상상해보니 급 피곤해집니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분석과 비교해서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주도하고 환자의 무의식적인 갈등이나 고민보다는 환자가 힘들어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증상을 빨리 완화시키고 환자가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33
어쨌든 그런 친절한 책들이 반가운 독자로서 감사히 읽어 봅니다. 우울증 진단을 먼저 받고 범불안장애 진단도 나중에 받은 나름 당사자이기도 하니까요. 둘의 기저가 되는 감정의 내용이 상반된다고 들어서 처음엔 당황했고 이제는 뭐, 감기처럼 여깁니다.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투병이 아니라 치병을 택하니 여유가 좀 생깁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모두 증상도 상황은 다 다릅니다. 일반화는 절대 금물!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 전달 물질들에 불균형이 옵니다.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은 기분, 식욕, 수면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125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신경 전달 물질 등의 교란과 같은 신경화학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다.’, ‘의지를 가지고 극복을 하려고 한다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환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158
제목을 주의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읽다 보니 ‘검색’하는 이들을 위해 아주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책입니다. 우울증의 증상과 특징부터, 종류와 양상, 우울한 상태로 가장 먼저 찾아오는 자기 비난과 책임 관련 인지와 경계, 치료의 종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 제가 처음 검색한 누구라도 검색할 내용들을 깔끔하게 다 담아 주었습니다.
경험적으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면과 기록에 대해 언급을 선명하게 해주셔서 반갑고 안심이 됩니다. 수면이 중요한데 잘 못 자면 그것 때문에 더 불안해지고 악화되는 그런 미련한 일을 반복하긴 하지만, 덕분에 수면을 방해하는 일들을 많이 자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정 일기’라고 표현한 하루의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독서감상문의 형태이긴 하지만 퇴고도 없고 오타도 많은 제 글은 사실 하루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기록과 일기에 가까운 글들입니다.
일기를 포스팅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현실적 제약이 너무 큰일입니다. 들어줄 상대, 설명할 능력, 시간 확보 등등...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지요. 그래서 쓰는 사람들,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은 더 많아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혹 이 글을 읽고 완치를 포기하는 분들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 것뿐이니까요. 언급했듯이 모두의 증상과 상황이 다 다르니 치료법도 처방과 치료 효과도 다릅니다.
단 한 가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기라면, 어떻게든 ‘일상’을 일상처럼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잠도 못자고 식욕도 떨어지고 혹은 폭식을 하기도 하고 활동의지도 활동량도 적어지고 자책에 사로잡히고... 이런 상태일 수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하실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그래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들을 꾸준히 받으며 일상을 이어가야만 합니다. 그곳이 유일한 회복처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도움을 청하시길, 도움을 기꺼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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