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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상상력 - 영웅과 우상의 시대를 넘어서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정치의 효용성과 영향력에 대한 경험이 급증한 시절을 경험하고 모든 정치적 결정이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게 될 시대이다. 전 세계의 정치적 상황을 요약할 여력은 없고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된 한국의 대선이 진행되는(지 뭔지 애매한) 요즘에 덥석 반가운 제목의 책이다.
위인전을 읽지 않고 신화의 영향력도 없어진 시절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시선은 현대사회에 남은 기이한 영웅과 우상의 시대를 표상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어떤 장면들은 유치하고 불쾌하다. 매번 그렇게 느꼈는데 잊고 만 것인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행정 권력에 최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을 선출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투표 결과의 대가로 어떤 비극과 범죄가 야기되었는지를 거듭 경험한 공화국의 유권자들에게는 더 조마조마한 일이다.
나처럼 겪어도 기억이 흐릿한 독자에게 무척 도움이 되는 현대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 - 를 다루는 책이라, 그 시절 20~30대 유권자로서의 선택들과 삶을 복기하며 정리 요약하듯 천천히 읽었다.
경제만 압축성장을 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절차적 과정을 마련하는 일에 있어서도 압축적이고 극적이고 거센 도전들을 받았다. 수많은 희생 위에 겨우 마련된 것들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
몇 가지 사건들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역사적 시기 동안 어떤 일들을 구체적으로 이루었는지, 오늘날까지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미래에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들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유용한 책이다.
* 김영삼
-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개혁의 가치를 재정립
- 독립운동사와 민주화운동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역사 발전을 재정립
- 조선총독부 건물 폐쇄, 경복궁 등 궁궐 재정비, 광화문 광장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놓음.
- 임시정부 성역화, 419 혁명 승격, 518 등 국가폭력 청산을 시도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
-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 정치개혁법과 전면적인 지방자치제
- OECD 가입
* 김대중
- IMF시대의 외환위기 문제의 전면적 관리
- 산업 합리화와 재벌 개혁, 벤처 산업 육성 등 한국 경제의 구조 조정과 질적 변화
-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햇볕정책, 노벨평화상 수상
- 일본,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 새로운 협력 모델 제시
5장으로 이루어진 책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 대선 과정의 이야기, 집권 이후 개혁의 장면들, 정치철학과 정치기술, 마지막까지 의도했으나 때론 성공하고, 부분적으로 변화를 만들기도 하고, 기대대로 되지 않았던, 개혁과 외교와 적폐청산의 이야기들이 무척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잘 정리된 현대사를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동시대를 같은 분야에 머무르며 직업이라기보다는 삶 자체를 쏟아 부은 두 인물을 해설하고 비교하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한국의 대통령제의 모습을 더 선명한 테두리로 그려볼 수 있었다. 행정 책임자이면서 동시에 리더가 되어야만 하는 대통령의 역할과 리더십 자체의 바람직한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거의 아무나 출마할 수 있지만 아무나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과 협의가 한국 사회에 확실하게 있으리라 기대한다. 누군가의 삶을 구제하고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는 참 어렵지만, 잘못된 인물이 차지하면 수많은 시민들의 삶을 어지럽고 고단하게 하기에는 지나치게 권한이 많은 위험한 직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