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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임세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타인의 죽음이나 세상이 절망스럽게 느껴지는 일들이 있다.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를 꿈꾸던, 유지로 남긴 임세원 교수의 있어서는 안 될 사고사가 그렇다.
나는 사고사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가장 잘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설명은 ‘2018년 12월 31일, 자신의 환자에게 찔려 진료실에서 사망한 정신과 의사’일 것이다. 그분의 미공개 원고가 책이 되어 내게 선물로 도착했다.
우울하고 싶은 사람도, 죽고 싶은 사람도 없으며, 자신의 일은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라 믿은 의사였다. 우울증의 희망의 상실로 인해 생긴다고 확신하였다. 책을 읽으면 그가 전력으로 돕고 최선을 다해 버틴 것이 느껴진다.
“나는 종종 내가 지금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일꾼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매일 내가 하는 ‘행동’들이 돌멩이를 하나씩 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돌멩이들이 모여 어느 날 위대한 피라미드가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으며, 지독한 고통이었다. 진단도 치료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후에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 했고, 당연히 계획한 적도 없는 병.
불안해도 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버팀목이 될 근거를 가진 희망을 찾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 포기해선 안 된다. 그래야만 정말로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조차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단지 내 인생의 작은 조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임세원 교수는 도움을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라 믿었고, 마지막 환자에게까지 늘 진심이었다. 불행하다고 억울하다고 슬프다고 생각한 것들이 읽으면서 흩어져간다.
“나의 선의가 타인의 선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그 결과 타인의 선함을 경험하면서, 나의 모난 모습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죽음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홀가분한 일일 거란 생각도 한다. 모든 걱정과 애씀이 다 사라지고 온 세상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순간이다.
노력하는 일이 끔찍하고 사람들도 참 미울 때도 있다. 뭐 하러 애를 쓰나 싶은 때도... 안달복달하던 것들이 뭐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을 때도...
그래도 이렇게 애쓴 분의 삶과 유지까지 읽었으니 다시 생각을 다잡는다. 그리고 연말 한정 특권을 누리며 마음껏 기대하고 바란다. 2022년이 모두에게 덜 힘든 더 안온한 시간이길.
뒤늦게 만난 임세원 교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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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있는 환자분들이 자신의 병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길
내가 가르쳐야 하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좋은 의사로 성장하여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게 되길
나의 부모님과 가족들이 건강하길
나의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