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날씨 - 위기가 범람하는 세계 속 예술이 하는 일
올리비아 랭 지음, 이동교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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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랭Olivia Laing을 읽고 있습니다. 북클럽 활동이라 정해진 양식이 있습니다. 밑줄 그으라고 어여쁜 색연필을 두 자루 주셨는데... 밑줄을 안 긋는 저는 심호흡을 하고 떨며 긋습니다. 하다 보니 할만합니다.

 

만나면서 바로, 읽기 전부터 애착이 생겨서 가지고 다닙니다. 드문 일이지요. 책이 궁금해서 점심시간에도 퇴근길에도 펼쳐 보았습니다. 조금 읽다 보니 원제 Funny Weather'웃기지도 않아'라는 메시지처럼 들립니다.

 

열심히 오독한 띄엄...한 기록일 뿐입니다만 남겨봅니다.

 

예술이 무슨 특효약이나 되는 양 인간의 분별력과 도덕적 능력을 재조직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동시에 인간의 자유의지는 간과한 평가다. 공감은 디킨스의 책을 읽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수고를 들여야 한다.”

 

: 읽기를 통한 일종의 공감이 마치 자동반응인 것처럼 가능하다는 생각을 의심 없이 하고 살았다. 좀 더 수고를 들이는 독서를 하는 버릇을 들이고 싶다.


 

희망은 세태에 무지몽매하거나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 어느 시기부터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좀 아프다. 너무 흐려진 빛깔처럼 내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할 일을 하고 내일도 하고, 그렇게 이어가본다.


 

예술은 우리의 도덕 풍경을 조성하고 타인의 삶 내부를 우리 앞에 펼친다. 예술은 가능성을 향한 훈련의 장이다.”

 

: 도덕과 윤리에 있어 감수성 훈련은 무척 중요하고 무척 강력하기도 하다. 더 읽으면서 예술이 펼치는 가능성, 훈련의 방식을 배워보고 싶다

 


페어마일을 빼앗겼을 때 나는 이동 시간을 겨우 몇 분 아껴준다는 양방향 도로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공간이 파괴된다는 사실과 우리의 노력이 형펀없어 지구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수치심에 흐느껴 울었다.”

 

: 연도는 다르지만, 영국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는 심층생태학을 공부하여 감수성이 여리고 예리하게 벼려진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몹시 심정적으로 괴로움과 죄책감을 느꼈고 많이 힘들어했다. 나는 그런 마음이 유치하다거나 미숙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반복적인 외면과 부정으로 마침내 불감을 이루기 전, 귀한 마음들이었다고 믿는다. 지속 가능한 감정적 반응이냐고 묻는 것은 야비한 시선이라고.

 


환경파괴라는 집단적 범죄 (...) 도로, 살추에, 플라스틱, 휘발유, 이것들은 문명의 비계처럼 여겨져 결과 따윈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쓰였다. 나는 언제나 물과 동물과 나무가 사라진 지구를, 미래를 생각했다. 문명은 얄팍한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 탄소중립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법이 마련되고 조약이 생기는 일은 얇은 실과 같은 희망의 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집단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죄값을 나눠갖자는 이상한 논의처럼 들리는 제안들도 들린다. 심지어 환경부담과 파괴에 책임이 없는 이들과 생명들부터 가혹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난하게 굶주리다 이제는 물을 못 마셔서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 ‘얄팍한 허상에 대한 대가치고는... 무참하다.

 


상업과 사교의 경계가 점차 얽히고설키고, 보이지 않는 눈에 추적당하고 있다는 끔찍한 기분에 사로잡히면서 무엇을, 어디서 말할 지에 상당한 기교가 필요해졌다. 가혹한 판단과 거절의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독을 강화하는 바로 그 과잉 경계와 침참을 유도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디지털 발자취가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으리라는 깨달음까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 재작년까지만 해도 디지털 세계로부터의 2-3개월 휴가도 있었고, 사용 시간이 하루에 2시간을 넘지 않았다. 모든 걸 판데믹 탓을 하는 건 못난 일이기도 하지만, 영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운이 무척 좋아서 험한 경험 없이, 굳이 따져보면 무척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더 많았다. 세상에는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 참 좋은 이들이 가득하구나, 하는 일들도 다반사였고, 중독에 이르렀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괜찮다. 그런데도... 오프라인이 주가 되는 생활이 그립다. 번거로워도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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