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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겨울 해지는 풍경 그림을 가만 보다가 겨울에는 해를 보기 힘든 곳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생각났다. 알래스카 원주민 출신인 작가가 자신의 부족인 그위친족에서 전해지던 전설을 바탕으로 쓴 옛 시절의 알래스카인들의 삶이 펼쳐진다.
한국어 부제는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이고 원제는 Bird Girl and the Man who followed the Sun이다. 소녀와 소년이 주인공인데 해를 따라간 girl과 man... 해를 향해 꿈을 찾아간 이야기일 지도.
혹독한 계절을 견뎌야 생존할 수 있고, 외부의 침입도 있어서 엄격하게 정해진 대로 따라야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쉽지 않은 시절의 삶이다. 그래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이들은 있다. 주툰바와 다구도 그런 이들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저들은 나를 거부하고 협박하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할 때만 나를 인정해주는 거야.”
“가족에 대한 사랑은 강했지만 자유롭고 싶다는 열망은 더 강했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모든 생각을 마음속에 묻고, 자신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사람들로부터 차분한 걸음으로 벗어났다.”
시작은 굳은 의지와 미래에 대한 상상, 기대로 희망이 가득 채워지지만, 여정이 내내 쉬울 리가 없다. 노예가 되기도 하고, 목숨의 위협을 여러 차례 받기도 한다. 간신히 생긴 가족이 몰살당하기도 한다.
“내가 어린 소녀였을 때부터 사람들은 줄곧 나를 별종으로 여겼어요. 난 원하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부르더군요. 이제 그런 것에 익숙해요.”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알래스카와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들의 삶이 어떻게 고통받고 끝났는지, 얼마나 오랜 절망이 깊었는지... 숨소리가 잦아드는 읽기였다. 이렇게까지 다르지 않아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보는 이들에게 삶은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지.
“다른 누가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네 머릿속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이건 네 인생이다.”
그렇게 악몽과 지옥과 같은 경험을 하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결국엔 꿈을 이룬 것으로 봐야하는 것인지. 내가 할 수 없는 만날 수 없는 모습의 삶에 대해 가만 더듬어본다. 어느새 손가락이 몹시 차가워졌다. 혹독한 것은 알래스카의 추위만이 아니다.
“꿈의 추구가 늘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이 내 인생을 망가뜨릴 지도 모르는 현실, 햇빛, 자유, 아름다움, 꿈을 좇아 떠난 이들이 마주한 시련들이 너무 무섭고 잔인하고 거침없다. 그들의 조우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 쓸쓸했다. 어째서 이토록 슬픈 전설일까... 나는 무엇을 놓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