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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의 마지막 멤버 ㅣ 창비청소년문학 105
서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평점 :
“누군가에게 버림받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도망치는 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책을 만날 때마다 나의 청소년 시절에 없었던 아쉬움이 더 깊어지는 창비청소년문학이다. 어떤 작품은 다 읽고 나서 청소년 문학이라는 걸 상기하고 새삼 깜짝 놀라게 된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아이들이든 사는 일은 미스터리이고 힘든 일은 생기게 마련이고 문제란 늘 복잡하고 어렵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에, 서스펜스 스릴러, 판타지의 요소들을 더한 작품이다. 제목의 ‘마리안느’는 걸 그룹이고 주인공 현지는 고등학생, 중학생 영수는 뱀파이어다. 설정만 보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나 싶게 한참을 어리둥절하다.
“뱀파이어가 되었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푸핫, 웃음이 나와 버렸다.
여기에 사는 아이들은 죄다 상상력이 지나치다.
“야, 네가 뱀파이어라면 나는 마리안느의 마지막 멤버겠다.”
“그게 뭔데요?”
곳곳에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의 상황과 기분을 그려놓은 듯한 장면들을 만난다, 자신들의 문제만 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라진 사람들 - 영수의 엄마와 현지의 친구 혜수 - 도 찾아야 한다.
“엄마는 사라졌어요. 아빠는 없고.”
사라졌다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아빠가 없다는 것이 돌아가셨다는 건지 지금 없다는 건지……
더 묻기가 부담스러워 잠자코 있었다.
타인을 찾는 와중에 자신을 찾아나가기도 하는 의식의 성장이 눈물겹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살다 보면 당면한 문제들을 안심하고 물어볼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러니 각자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각자의 답을 찾을 수밖에...
우주소녀와 지하소년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다. 가능한 앞의 내용을 잘 기억하면서 읽어야 거듭 확인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부산 사투리일 것이라 짐작되는 대화들은 크게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내가 하니 어쩐지 중국어 같기도...
“할머니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예쁘지도 않고,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
“뭐라카노? 니 때가 제일 좋은 때라는 거 모르나?”
“그런 거 몰라. 모른다고!
답답해서 미치겠다고!
왜 가장 좋은 때에 미치도록 힘든 거냐고!”
힘든 시기를 무사히(?) 보내고 나서 겨우 찾은 답이라 할지라도 그건 곧 답이 아니게 되기도 한다. 매 순간 정답을 확인하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그저 혼란한 사람들이 타인도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서로 위로를 건네며 격려하며 사는 것이 사는 모양새인 것 같다.
쉽지 않다는 것, 어렵다는 것, 힘들다는 것도... 모두 각자의 사정에 따라 무게도 깊이도 어둠도 다를 것이니 뭐라 말 한 듯 공허하기만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작가가 건넨 위로와 격려를 만나는 일은 나쁘지 않다. 다정함은 무해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