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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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면서 완벽이나 무결을 경험한 적이 없다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그런 개념을 가지고 있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만의 정신적 특성이자 지적 능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특히 분노하고 아쉬워하는 결함이 있는 인류 문명의 제도에는 이 존재한다법적 정의가 잘 구현된다고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인데분석해보면 이런 경우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 자체가 합당한 처벌을 하기에 불충분한 경우혹은 을 왜곡하고 피해갈 방법을 마련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 외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이다.

 

외신에서는 학살자Butcher로 표기되는 인물이 극악한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반성과 사과도 없이 하고 싶은 일 즐기며 세상에서 제일 당당한 존재로 살다 편안하게 제 집에서 고령으로 삶을 마쳤다.

 

그날 피해 생존자들 중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마지막까지 간첩이네거짓말쟁이네 등등으로 모욕당하던 다른 피해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아직도 실종된 자식의 뼛조각도 찾지 못한 부모는 남은 방법이 없어 참담하기만 하다.

 

삶은 말할 것도 없이 죽음마저 사회적 해악이 된 인물이다욕심이 나는 거라면국가든 남의 재산이든 생명이든 폭력으로 뺏고 죽이고 훔쳐도 잘 버티기만 하면 평생 잘 살다 편히 죽을 수 있고 자자손손 재산을 불리며 살 수도 있다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이 책의 저자 고바야시 유카는 전작에서 피해자나 유족이 직접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복수법이 제정된 가상 사회를 설정했다무겁고 어두운 심정으로 어디로 분출해야할지 모를 분노를 어찌하지 못한 채 내처 읽을 수밖에 없는 범죄들이 이야기 속에도 현실에도 가득하다.

 

현실의 피해자들처럼 이야기 속 피해자 역시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다 자기 목숨을 끊거나복수를 위해 상대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길 밖에 보이지 않는다가해자가 즐겁게 멀쩡하게 잘 살고 피해자는 숨고 참고 망가져도 도움이 없는 사회라면 그런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다.


 

이 책의 화자는 두 명이다한 명은 불량배들에게 폭행과 갈취에 시달리던 고학생 도키타이다폭력의 수위는 잔혹하다개별 학생들은 자신이 피해 대상이 아니면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대체로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다.

 

경찰은 조사와 처벌을 달가워하지 않고 가능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학교의 입장과 태도 역시 나을 바가 없다학교폭력이라는 명백한 소규모 공간에서 분명히 일어난 폭력 범죄조차 정확히 밝히고 처벌이 불가능하다이제 피해자가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도 판사도 아닙니다만약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뿐입니다.”

 

다른 한 명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이 자살 하고 충격을 아내도 자살하여 혼자 남은 아버지이자 남편인 가자미 가이스케이다. 3년 전 닥친 불행을 경찰과 학교는 외면했다그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범인들을 알아내고 복수를 결심한다남은 삶의 계획은 복수 이후의 자살뿐이다.



 

확증도 없이 말하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알아그래도 네 미래에는 수많은 행복이 있으리라 믿어.”

 

분명한 미스터리 소설인데 현실들을 자꾸 불러들이게 되는 읽기였다그렇다고 소설적 장치가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니다도키타에게 대신 복수해주겠다고 나타난 페니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내내 긴장되고 재밌었다무거운 분위기에 대한 보상처럼 배치한 거듭되는 반전들이 장르 소설의 재미를 고조했다


 

시민으로서 사적복수가 가능한 사회는 유지와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전혀 지지할 수는 없지만그런 차분한 태도는 이 불행이 남의 일일 때만 가능한 것은 아닌지 무거운 혼란이 혼재한다유일한 방법은 이런 범죄가 예방되고 근절되는 것뿐이다우리는 흔히 처벌과 보상을 이야기하지만일단 발생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설사 분노를 거둘 수는 없다고 해도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더 이상의 가해자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일 역시 중요하다가해자를 이해하고 동정하자는 말이 아니라이런 가해자를 양산하는 구조와 배경과 환경을 살펴서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야기 속 가해자들은 현실과 다르게 죄를 뉘우쳤을까...

피해자와 유족은 결국 어떤 선택을 했을까...

무책임하고 부정의한 사회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사적 복수보다 더 속 시원한 처벌은 없을까...

 

가장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을 묵직하게 위로하는 작품이다. 300페이지의 길지 않은 작품인데아주 오래 긴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드라마가 되어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든다아무도 모르는 사이상처 받고 외롭게 고통을 감내하는 이들이 발견되길치유받길줄어들기를더 이상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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