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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요
김성대 지음 / &(앤드) / 2021년 11월
평점 :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소설? 내가 아는 김수영 말고 다른 김수영인가, 낯선 곳에 잘못 내린 것처럼 잠시 생각이 유영했다. 시인 김수영이 맞다. 저자 김성대도 시인이다. 그런데 <키스마요>는 장편소설이다. 읽단 읽어 본다.
“나는 너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의 눈으로 나를 보았다.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의 눈에 나를 비춰볼 수 없었다.
너에게 나는 없었는지 몰랐다.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채로.”
시가 아니라 소설이 맞는데 시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이 없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설정은 또 이해 못할 바가 아니라 신기하게 헷갈리며 계속 읽는다. 뉴스 보도를 옮긴 것만 같은 오로지 현실적인 상황들이다.
낯선 바이러스에 전 세계인들이 고전하고, 급히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바이러스는 인간에게서 가축과 반려동물로 옮겨 가고, 인간은 늘 그러했듯이 대량 살처분 - 살해 -를 저지르고, 이 혼란의 도가니에서 더 떠들썩한 시위, 사이비종교, 집단 자살. 발발한 시간이 동시대는 아니지만 고스란히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다른 거라곤 외계인, 비행물체, 그들의 메시지뿐이다. 가장 중요한 사건의 축은 주인공의 연인이 사라진 것, 연락할 수 없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연인을 기다리다 찾아 나서다……. 지구는 멈추지 않고 혼란을 거쳐 종말로 향하고 있다.
“혼자서 헤어질 수 있을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네가 돌아와서 헤어졌으면 했다.
만나서 헤어졌으면.
너 없이 헤어질 수 없으니까.”
인간의 몸을 우주라고 한다면 인간의 몸에 공생하는 ‘균’들은 우주에서 명멸하는 은하들, 태양계들, 별들과도 같다. 그 균들이 없으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잊고 살고, 평생 함께 살아도 인사 한 번 나누지 않는다.
우주에 있어 지구 행성의 존재는 그보다 더 미미하다. 지구가 사라져도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 뿐더러 우주는 지구의 존재를 모르고 모를 것이다. 소설에서 지구가 ‘우주의 실패한 실험 중 하나’라고 해서 섭섭할 이유는 없다. 존재감이 뚜렷해지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를 궁금해하고 지구를 구하려하고 그 모든 이유가 ‘사랑’이라는 인간은 우주 차원의 신비한 존재이다.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는 어째서 창발emerge했으며 진화의 방향은 왜 이쪽이었을까. 20대에 천착했던 질문인데 어느새 잊혀졌다.
이런 이상한 감상글을 읽고 이 작품이 심심하고 지루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를. 깜짝 놀랄 복선과 반전의 결말이 존재한다. 혼란스럽도록 여러 생각과 감정의 변색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시인이라 이런 효과가 가능한 듯도 하다.
“살아도 산 거 같지 않은 곳이었다.
살면서 잊는 곳이었다.
살수록 기억이 안 나는 곳이었다.
언제 이곳에 있었냐는 듯.”
인간들...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냐고 내부에서 외부에서 물어 오는 소설...
“인간은 지구에서만 있어야 하는 건지.
인간끼리만 살아야 하는 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