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 인문학 편 - 고전·철학·예술 차이나는 클라스 7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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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그램은 시청한 적이 없지만이 책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매번 마음이 편안해지는 즐거운 독서 경험입니다저자들의 육성이 들리는 방송은 더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만책이 더 익숙한 매체인 저는 저만의 속도로 만나는 책이 좋습니다.

 

전공자가 대중서를 읽어도 늘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그러니 전문학자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 쓴 글을 비전공독자가 읽으면 아무리 기획이 쉬운 전달이었다 하더라도 신기하고 재밌는 지식정보가 가득하지요그 분량이 버겁다는 생각이 안 드는 점이 제게 잘 맞나 봅니다.

 

새롭게 등장한 어휘들에 길을 잃은 세대Lost Generation, 탈성장degrowth가 있다고 합니다혼란스럽고 얼핏 불안한 단어들이지만저는 이 단어들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전망이라기보다는 기성 세대들의 과오를 철저하게 분석비판반성하고 희망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통찰로 사용되면 좋겠습니다.

 

이제껏 걷던 길이 잘못되면 그 길을 빠져 나와야하지요. ‘길을 잃는’ 것이 의도적으로도 필요합니다더구나 성장’ 주의야말로 당장 중단해야할 경제이데올로기입니다지구자원의 유한성이 놀란 자본주의가 우주자원을 획득하려 노력 중인 걸 생각하면 기가 막히기도 합니다만.

 

혼란이 필요한 시절입니다그 혼란의 도가니에서 무엇이 녹여져 나오는 지가 중요하겠지요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니 최대한 신중한 선택이기만 바랍니다.

 

지구시간으로는 얼만 안 되었지만 인류에게는 전부인 역사그 중 고전철학예술에 관한 멋진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고 일부 소개합니다.

 

1.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아마 피해가시기 어려울 겁니다어딜 가든 학문의 원류에 그가 서 있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그러니 매번 놀라시지 말고 알아 두시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흔히 자연과학 관련 업적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그건 당시 학문을 science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당시 개념의 science는 현대 사회에 세상을 보는 방식사유 방법이 되었지요.

 

이런 사상가를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도록 가스라이팅하기 위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왜곡 번역을 하고(일본), 그걸 그대로 갖다 쓴 한국의 예전 학계와 출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정치적인poltical 동물이다가 올바른 번역입니다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국가police의 사적공적 영역의 모든 삶을 결정하는 것이 정치politics이니까요내가 사는 방식을 남들 뜻대로 두지 않으려면 참여해야 하지 않았을까요기회가 있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과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어 보시면 좋겠지요혼자는 힘든 일이긴 합니다저도 일부만 예전에 읽어서 기억이…….

 

친구와 진리 둘 다 소중하지만진리를 더 존중하는 것이 경건한 일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6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연구 안 한 분야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지도 모르지만그가 500여 조의 동물들에 대해 탐구 기록해서 전체 9권으로 구성된 책 <동물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책상에 앉아 자료 수집을 한 것도 아니고 레스보스섬에 머물면서 어부들에게 묻고 직접 관찰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의 이름을 딴 물고기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알을 낳은 곳에서 수컷이 알을 지키고 암컷은 자리를 떠난다.”<동물지> 6권 14메기인데, 1857년 스위스 학자 장 루이 아가시가 이 메기기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리스토텔레스 메기로 이름을 정했다고 합니다.

 

개별 생물들을 직접 관찰한 생물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도 무척 의미가 있습니다지성즉 정신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지만 하위에 있는 동물들이 모두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는 독자적인 목적이 있다고 봤습니다다른 동물들을 일단 식재료로 보고동종 인간들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세계관은 언제 발생한 것일까요.

 

우리는 덜 가치 있는 동물들을 연구하는 데 대한 유아적인 혐오증을 떨쳐버려야 한다자연적인 것들 안에는 무언가 놀라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부분론> 1권 5

 

내게 린네와 퀴비에는 두 분의 신이었다하지만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비하면 어린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찰스 다윈



  

2. 인공지능

 

신화와 고전을 재미있어 하는 저는 곧(?) 읽으려고 하는 책과 관련된 내용이 나와 반갑고 상상 못한 이야기에 정말 엄청 놀랐습니다알고 계셨나요인간이 AI에 해당하는 개념을 언제 처음 떠올렸는지?

 

무려 기원전 8세기에요호메로스의 <일리아스>라는 최초의 서사시가 나온 시지요그 책에 보면 헤파이토스라는 대장장이 신이 등장하는데 그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었어요.”

 

이들은 살아 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서 알고 있었다.” <일리아스>

 

기원전 8세기의 상상력이라니알고 읽어도 여전히 놀랍습니다현대의 AI는 마치 아이가 부모를 보고 배우듯 인간을 통해 인간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좋은 점을 골라 배우지 못해서 문제가 많아졌지요거울을 보듯 인간 자신을 비추는 모습에 난감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3. 신화

 

지리와 미술에 관해서도 아주 흥미롭고 우리 모두가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이 아주 많지만 언급은 생략하고 신화 파트로 넘어갑니다. ‘신화는 인문학의 근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에 읽은 책이 언급되어 뿌듯합니다소위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는 엄청난 서사들이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인물과 권력과 신화에 대해 한 차례 배웠다는 생각이 드는 독서였습니다연구 번역이 잘 되어서 언젠가 읽어 보시길 추천 드리고도 싶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신성에 대한 믿음에 현혹되거나 우쭐대지는 않았다하지만 남들을 복속시키는 데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도시국가 전체의 자산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원전 전쟁이니 남다른 강력한 설득력이 필요했겠지요인간의 힘으로는 아마 불가능했을 일이라알렉산드로스 자신은 신의 아들이 되고그를 돕는 것은 신의 명령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되어야 가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이고 자신의 영민함도 대단했지요신화를 활용해 자신의 권력을 창출하고 확장시키고 공고히 한 대표적이 사례입니다저는 로마 제국에 대한 깊은 원망이 있는데그 이유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불태운 일입니다엄청난 분량의 책과 자료들이…… 아깝고 궁금합니다멍청이 로마군들!

 

그러면 고대인들은 왜 신화를 열렬히 믿었을까요단지 권력자의 의지가 반영된 거짓 근거에 세뇌당해서아니면 자신의 욕망 역시 투영되어서혹은...

 

신화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 정치인들이 공약이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죠. (...) 그들이 만들어낸 정치적 시나리오를 우리가 믿고 따르게 되면 그거도 일종의 신화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신화에서 신들의 권력 계승 방법을 보면 자식들이 아버지를 몰아내는 역사가 반복됩니다. - 파트로크토니아patroktonia, 친부 살해의 전통 그리스 신화에서는 역사의 본질을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사이의 갈등이라고 규정한 거예요.”



 

4. 괴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아쉽지만 파우스트의 말로 마무리합니다편안한데도 지적으로 즐거운 책입니다.

 

나는 철학도법학도의학도 유감스럽게 신학마저도 속속들이 공부했다죽을힘을 다해서그런데도 난 여전히 가련한 바보.” <파우스트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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